교사 생존권 보장과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전국 교사들의 주말 집회가 22, 29일 연이어 서울 종로와 광화문 일대에서 열렸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2년 차 새내기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이 무너진 교권 실태를 고발하고 대책 마련을 호소한 자리다. 29일 집회에서는 숨진 교사의 부친이 딸을 잃은 아픔과 슬픔을 담은 편지가 추모 영상에서 공개돼 현장 곳곳이 울음 소리로 가득찼다고 한다.
수천명의 교사들이 폭염을 무릅쓰고 전국에서 모인데서도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지만 교권추락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2012년 이명박 정부는 교권보호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고,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중대한 교권침해가 발생하면 교육청이 고발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교권침해는 증가일로였다. 교총에 따르면 2009년 237건에서 2022년 520건으로 배 이상 늘었다. 정책과 입법으로 교권보호 시늉을 냈다지만 교사와 학교에 대한 학부모·학생의 인식 변화와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 따로, 현실 따로다.
윤석열 정부가 교권침해 학생의 행적과 조치를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토대로 교권보호에 적극 나서겠다고 다짐했지만 효과는 불투명하다. 학교가 전인교육의 장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은 물론 학부모와 학생의 인식전환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 돼서다. 이런 점에서 무분별한 민원에 제동을 걸고 적대 구도의 교사·학생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말은 의미가 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교권과 학생의 인권이 모순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교총이 교사 3만여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84.1%가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추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 100명 중 초등교사가 57명으로 가장 많았다. 작년 기준, 전체 교사 44만여명 중 초등교사 비율 4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어린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들일수록 불행한 선택을 할 위험이 크다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미적거리고 모두의 각성이 없다면 이번과 같은 사태는 계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