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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전주친환경복합단지에 위치한 비나텍(126340)에서 만난 이 회사 성도경 대표는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인 슈퍼커패시터가 스마트미터기, 태양열발전소 등에 이어 자동차와 가전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커진다”며 “여기에 수소연료전지 역시 슈퍼커패시터와 함께 회사 성장을 이끌 양대 축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북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성도경 대표는 대우전자부품에 입사, 컴퓨터 등에 들어가는 에너지저장장치 일종인 탄탈럼 커패시터 생산과장, 영업팀장 등으로 일했다. 그는 독자적인 기술로 에너지저장장치 분야에 도전한다는 목표로 1999년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베트남’, ‘중국’ 약자를 따서 ‘비나텍’(VINATECH)이란 사명을 지었다.
성 대표는 “창업할 당시 일본 마쓰시타에서 연구소장을 지낸 분을 만나 슈퍼커패시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며 “탄탈럼 커패시터는 이미 많은 업체들이 진출해 경쟁하는 분야였다. 반면 아직 초기 단계인 슈퍼커패시터 분야에 진입하면 전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슈퍼커패시터는 이차전지와 비교해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적다. 반면 순간적으로 큰 에너지를 낼 수 있고 수명 역시 반영구적이라는 강점이 있다. 성 대표는 “이차전지가 물병이라고 하면 슈퍼커패시터는 접시로 비유할 수 있다. 물병에 있는 물은 천천히 나오지만, 접시에 담긴 물은 한꺼번에 모두 쏟아낼 수 있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성 대표의 ‘R&D 뚝심’은 창업한 지 10년 정도 지나서야 빛을 발했다. 비나텍은 2010년 업계 최초로 3.0V급 슈퍼커패시터 양산에 성공한 데 이어, 미국 모하비사막에 건설 중인 ‘아이밴파 태양열발전소’에 들어갈 슈퍼커패시터를 60억원 규모로 수주했다. 이어 미국 블룸에너지와 연료전지용 슈퍼커패시터를 20억원 상당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비나텍은 이렇듯 해외에서 불어온 수주 훈풍에 힘입어 2013년 코넥스 시장에 상장했다.
이후에도 슈퍼커패시터 적용 범위는 꾸준히 늘어났다. 우선 서버에 들어가는 데이터저장장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백업을 위한 전원으로 슈퍼커패시터가 쓰이기 시작했다. 또한 자동차 에어백 분야로도 적용이 확대했다.
성 대표는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고 사고가 발생하면 에어백 폭발에 의한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순간 전력’이 필요하다”며 “현재 벤츠 완성차에 들어가는 에어백용 슈퍼커패시터를 전량 납품 중”이라고 밝혔다.
성 대표는 올해 가전 분야에서 굵직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그동안 TV용 리모컨 배터리로 일차전지가 들어갔다. 이를 슈퍼커패시터로 바꾸면 리모컨 크기와 무게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며 “현재 국내 유수 가전업체와 협력해 리모컨 배터리를 슈퍼커패시터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성 대표는 친환경 흐름을 타고 슈퍼커패시터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수소자동차와 트램(노면전차), 의료기기, 드론 등 적용 범위 역시 확대할 것으로 봤다. 이를 위해 1000억원 가량을 들여 현재 완주테크노밸리2단지에 5만 8000㎡(약 1만 7600평) 규모로 추가 사업장을 구축 중이다.
아울러 성 대표는 신수종사업으로 수소연료전지를 낙점했다. 그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지지체(소재)에서 촉매, 막전극접합체(MEA), 분리판까지 수소연료전지 생산을 위한 토털솔루션을 갖췄다”며 “슈퍼커패시터에 수소연료전지를 더해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