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철근 누락 아파트 지은 LH, 혁신 다짐 결과가 이건가

  • 등록 2023-08-01 오전 5:00:00

    수정 2023-08-01 오전 5:00:00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넣어야 할 철근을 빼먹은 이른바 ‘순살 아파트’를 인천 검단신도시에서만 지은 것이 아니었다. 지난 4월 검단신도시의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철근 누락이 다른 15개 LH 발주 아파트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LH는 그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공공주택 긴급 안전점검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자체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조사 대상인 LH 발주 아파트 단지 91개 가운데 16.5%나 되는 15개에서 철근 누락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이번 부실 시공의 충격은 크다. 무엇보다 15개 단지 가운데 5개는 이미 입주가 완료된 상태다. 게다가 지하주차장 기둥의 철근 누락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어서 다른 부분의 부실시공 여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확인된 내용만 보더라도 LH는 아파트 설계와 시공에 대한 관리·감독에 소홀했다. 15개 단지 가운데 10개에서는 설계 미흡으로 철근이 빠졌고, 나머지 5개에서는 설계는 제대로 됐으나 시공 단계에서 철근을 빠트렸다. 설계와 시공 양쪽에서 하자를 적발해내지 못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를 전수 조사하고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고, 원희룡 장관은 이에 앞서 LH에 “설계 책임자와 감리 책임자에 대해 가장 무거운 징계와 수사 의뢰, 고발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원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안전을 위협하는 건설 현장의 이권 카르텔을 종식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당연한 조치다. 정부는 우선 이들 아파트의 설계나 감리 발주에 관여한 LH 임직원을 가려내 엄중 문책해야 한다. LH 출신이 설계·감리회사에 전관예우를 받으며 영입되는 관행이 부실 배경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더 나아가 LH의 업무 전반 혁신에 다시 나서야 한다. LH는 과거 여러 차례 부실시공이 문제가 될 때마다 혁신을 다짐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LH의 다짐이 구호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LH가 공기업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특히 LH의 조직 운영과 경영 시스템이 발주만 하고 관리·감독은 태만히 하는 업무 태도를 조장하는 측면에 정부는 메스를 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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