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의 새내기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교사가 생전에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서이초교 교문과 담장이 젊은 교사의 불행을 가슴 아파하는 시민들이 남긴 추모 글쪽지와 국화로 뒤덮인 가운데 이른바 ‘학부모 갑질’이 만연한 세태를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교사들은 대체로 이번 사건이 땅에 떨어진 교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성명을 통해 “작금의 상황을 한 교사의 참담한 교권 침해를 넘어 전체 공교육의 붕괴로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가두 집회를 열고 “무너져버린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교육 당국과 국회에 촉구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실 현장이 붕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권은 교사의 권위와 인권 및 교육할 권리를 포괄하는 말이다. 어느 의미에서든 교권은 지난 10여년 사이 크게 추락한 것이 사실이다. 지방자치단체별 조례 제정 등으로 학생 인권이 대폭 신장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렇다고 교권과 학생 인권을 반비례 관계로 볼 일은 아니다. 문제는 학생 인권 신장에 따른 교육 현장 변화에 대응할 교권 보호 장치를 교육 당국이 제때 마련해 주지 못한 데 있다. 그러다 보니 교사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지도와 훈육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이 문제 삼고 나서는 일이 만연하고, 그럴 때마다 교사는 자기 방어를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기 일쑤다. 심지어 학부모나 학생이 교사에게 폭행을 가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이번 비극의 책임은 상당 부분 정치권에도 있다. 국회에는 교권 회복 관련 법안이 모두 8건 계류 중이다. 교원지위법 개정안 5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2건,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 1건이 그것이다. 모두 2년 이상 묵은 법안인데 전교조 출신 의원 등의 반대로 심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여야는 이제라도 이들 법안의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교권을 회복해 교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정상적인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책임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