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꼬리 무는 코인 범죄, 사각지대 메울 입법 시급하다

  • 등록 2023-04-06 오전 5:00:00

    수정 2023-04-06 오전 5:00:00

지난주에 40대 여성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납치된 뒤 살해·암매장된 사건이 코인(가상화폐)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어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코인과의 관련성은 분명해 보인다. 검거된 피의자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피해자가 보유한 코인을 빼앗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남편과 함께 코인 투자 관련 사업을 해왔으며 그동안 손실을 입은 코인 투자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살해 위협도 받았다고 한다.

이번 범행이 대담성과 흉포함으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코인 관련 범죄 사례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2010년대 후반에 코인 열풍이 시작된 이후 코인과 관련된 사기 등 각종 범죄행위는 꼬리를 물고 있을 뿐 아니라 갈수록 다양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른 사람의 코인 거래 계좌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도용해 코인을 훔치기도 하고, 코인 투자 과정에서 늘어난 빚을 갚기 위해 강도짓을 예사로 벌이기도 한다. 코인 투자 실패를 비관해 어린 딸을 살해한 뒤 자살을 시도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코인 관련 범죄가 만연한 가운데서도 코인 시장을 규율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도입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국회에 관련 법안이 그동안 모두 18건 발의됐지만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심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코인 투자에 관심이 큰 젊은층 유권자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 여야는 지난달 28일에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처음으로 코인 관련 법안들에 대해 논의했지만 관련 법제를 이미 마련한 미국·일본·유럽연합(EU)등에 비하면 늦어도 많이 늦었다.

코인 시장의 각종 불공정 거래행위를 막고 선의의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범죄와 쉽게 연결되는 코인 시장의 규율 사각지대를 제거할 수 있다. 코인 시장의 제도화와 투명화는 블록체인 등 관련 기술과 산업의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코인 투자로 단기간에 쉽게 일확천금해보려는 탐욕이 투자시장을 넘어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이어지는 길목을 더 이상 열어둔 채로 방치해선 안 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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