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 베팅…대차거래 잔고 80조원 육박

대차 올 초 46조원대… 이달 중순 80조원 돌파
투자자 예탁금 정체 중인데 빌린 주식은 쌓여가
2018년도 잔고 70조~80조원 수준, 당시 코스피 17%↓
  • 등록 2021-12-01 오전 2:30:00

    수정 2021-12-01 오전 2:30:00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올해 들어 공매도 대기자금 성격인 대차잔고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최근 한때 80조원도 넘어섰다. 이는 지난 2018년 수준으로 당시 코스피는 한 해 동안 무려 17.28% 하락, 2008년 40.7% 하락률 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한 바 있다. 최근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출현으로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저로 떨어진 가운데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대차잔고, 코스피 지수 17% 넘게 떨어진 지난 2018년도 수준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대차거래잔고는 76조6895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중 코스피가 60조2995억원, 코스닥이 16조3990억원을 기록했다. 대차잔고란 기관투자자 등에게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고 남은 금액을 뜻한다. 보통 대차잔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공매도 대기성 자금이란 측면에서 향후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나 지난달 15일에는 3년 6개월 만에 80조2628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2008년 집계 이래 최고치인 지난 2018년 5월21일 기준 83조1619억원과 불과 3조원 남짓 차에 불과한 수치다.

대차잔고를 최고치로부터 내림차순으로 정리하면 70조~80조원 대는 대부분 2018년도에 몰려 있다. 지난 2018년 당시 한 해 동안 코스피는 무려 2467.49에서 2041.04까지 17.28% 급락한 바 있다. 지난 2008년 40.7% 하락한 이래 최대 낙폭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차잔고를 전부 공매도 거래로 볼 수는 없지만 공매도가 대차잔고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대차잔고가 가장 높은 종목은 삼성전자(005930)로 6조953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SK하이닉스(000660)(3조3731억원), LG화학(051910)(2조9283억원), 셀트리온(068270)(2조3595억원), NAVER(035420)(1조6881억원), 삼성SDI(006400)(1조6378억원), 카카오(035720)(1조4258억원), SK(034730)(1조3820억원), 카카오뱅크(323410)(1조3283억원), 현대차(005380)(1조2984억원) 순이었다. 이들 합계는 코스피 전체 대차잔고금액 대비 40.42%에 달한다.

자료=한국거래소
◇ 공매도 거래대금, 지난 6월 저점 찍고 서서히 올라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대금 비중 역시 전반적인 오름세를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대금 비중은 지난 6월 1.71% 저점을 찍은 이래 등락을 거듭하며 서서히 오르는 추세를 보이며 지난달 30일 기준 4.14%로 집계됐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빌린 주식을 현금화한 뒤 가격이 하락한 주식을 사서 되갚는 차익을 노린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 거래대금이 전체 거래대금서 비중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 하락장에 베팅한 투자자가 늘었단 얘기다.

이에 지난달 25일 기준 공매도 잔고가 시가총액 대비 가장 높은 코스피 종목은 롯데관광개발(032350)로 7%로 나타났다. 이어 LG디스플레이(034220)(6.74%)와 △호텔신라(008770)(6.37%)△금호석유(011780)(4.78%)△HMM(011200)(3.97%)△두산퓨얼셀(336260)(3.79%)△현대로템(064350)(3.74%)△셀트리온(068270)(3.42%)△휴켐스(069260)(3.38%)△신풍제약(019170)(3.26%) 순이다.

이렇듯 하락장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많아진 배경에는 녹록지 않은 투자 환경을 꼽을 수 있다. 한국 증시는 최근 들어 미국 증시와의 디커플링에 이어 아시아 신흥국 시장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예탁금 잔고 역시 올해 들어 정체기다. 지난 5월 77조원까지 치솟았던 예탁금은 올 초 수준인 60조원 후반에서 횡보 중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예탁금은 67조108억원으로 집계됐다. 김 연구원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잔존했던 노이즈가 오미크론과 결합되면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다보니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42%(70.31포인트) 하락한 2839.01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올해 최저점을 갈아치우며 지난해 말 수준으로 회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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