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선대위 승부수…‘김종인·김병준·김한길’ 3각체제 출범(종합)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1일 난항을 겪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마무리 지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장과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영입에 모두 성공했다. 윤 후보가 자신의 색깔을 강조한 선대위로 구성했다는 평가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김한길 전 대표 사무실에서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총괄선대위원장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맡으시고, 상임선대위원장은 김병준 전 위원장과 이준석 당대표가 맡으시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한길 전 대표는 새시대준비위원장을 맡는다. 이른바 ‘삼김(三金) 선대위’ 출범을 예고했다.

윤 후보는 삼김 선대위 출범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윤 후보 구상에 거부 의사를 밝힌 김종인 전 위원장을 여러 차례 만나 설득작업을 벌였다. 결국 전날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과 김병준 전 위원장이 함께 한 자리에서 수용의사를 받아냈다. 이어 이튿날인 이날 김한길 전 대표도 선대위에 합류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통해서 새 시대를 여는 데에 저도 힘을 보태겠다”며 “중도, 또는 합리적 진보로 불리는 분들과 함께 어우러져서 정권교체를 위해 기여하겠다. 국민의힘도 이제는 중원을 향해서 두려움 없이 몽골 기병처럼 진격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삼김 중 김한길 전 대표와의 인연에 관심이 쏠린다. 윤 후보와 김한길 전 대표는 지난 2013년 국정감사를 계기로 인연을 쌓아 왔다. 당시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으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윤 후보는 수사외압을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다.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후보의 명언도 이때 나왔다. 이후 수사팀에서 배제된 윤 후보를 구명하기 위해 나선 인물 중 한 명이 김한길 전 대표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 사퇴 전 야권 거물 인사를 만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때 만난 인물이 김한길 전 대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계 입문 후에는 여러 조언을 통해 윤 후보의 행보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진다. 특히 윤 후보가 정계입문 후 ‘1일1언(하루 한 번 망언)’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잦은 설화(舌禍)에 곤욕을 치렀다. 이때 김 전 대표가 가이드 역할을 해줬다는 것이다.

다만 단순한 인연 때문에 김한길 전 대표를 영입에 나선 것은 아니다. 윤 후보는 김한길 전 대표 영입으로 중도로의 외연확장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그는 김한길 전 대표 영입과 관련해 “제가 판단하기에 국민의힘과 당장 함께 하기에 주저되는 분들을 모시는 데 또 중도적이고 합리적 진보를 포용할 분으로 적임자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입당으로 중도 이미지가 퇴색했다. 경선 기간 보수적 이미지를 강화한 탓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카드로 꺼내 든 것이 김한길 전 대표다.

김한길 전 대표는 진보진영에서 정치경력을 쌓은 인물로 대표적인 반문(反文) 인사다. 윤 후보의 대선전략인 ‘반문 빅텐트’론과 일치하는 인물인 셈이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월 둘의 관계를 ‘반문 고리’라고 규정한 바 있다.

김한길 전 대표가 이끌 새시대준비위원회도 그런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윤 후보는 새시대준비위원회와 관련해 “정권교체를 이뤄나가는 데 청년과 장년층 간의 일체감, 지역 간의 화합을 추진해 나가고 또 한편으로 정권교체를 열망하면서도 국민의힘과 함께하기를 아직은 주저하는 중도와 합리적 진보 측 분들이 모두 함께할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