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돈은 안 쓰면서 내수진작을 할 묘수를 마련하라니 어불성설이죠.”
지난 3월 정부가 위축된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부처 곳곳에서 터져 나온 불만이다. 당시 정부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내수진작을 이유로 섣불리 돈을 풀었다간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숙박·철도·여행비 할인 등 ‘관광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600억원 규모의 내수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재정지원치고는 터무니없는 규모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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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딜레마가 하반기에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가는 지난 2~3월 4%대로 서서히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하반기부터는 정부가 본격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미 정부는 경기 둔화에 적극 대응하고자 이미 올해 예산의 65%를 상반기에 쓰겠다고 밝혀온 상황이다. 하반기가 되면 당장 재정 집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바닥나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연초부터 국내외 경기둔화로 세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나라 곳간도 비어가고 있다. 지난 3월까지 국세수입은 87조10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4조원 감소했다. 세수 감소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세수 부족분은 최대 50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세수 결손을 막기 위해서는 재정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올려야 하는데 둘 다 녹록지 않다. 결국 정부의 선택은 세입결손액만큼 늘어날 재정적자를 국채 추가발행을 통해 보전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같이 빚을 내서 쓴 비용의 댓가는 고스란히 미래세대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나라 살림 적자는 100조원, 국가 채무는 1000조원을 돌파했다. 갓난아이까지 포함해 전 국민이 1인당 2076만 원씩 빚을 안고 있는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생·고령화로 한국의 국가채무는 앞으로도 늘어날 일만 남았다.
재정건전성을 엄격히 지키면서 경기도 부양하고, 세금 부담도 늘리지 않을 묘수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만한 지출로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착취”라고 말했다. 정부는 빠른 시일내에 재정 집행 우선순위를 마련해 예산 삭감을 하고 재정준칙 도입 등을 통해 재정 건전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