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라 살림보다 장관 해임 앞세운 野, 서두른 이유 뭔가

  • 등록 2022-12-12 오전 5:00:00

    수정 2022-12-12 오전 8:43:31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묻는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어제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퇴장 속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통과는 역대 여덟 번째이자 출범 7개월을 갓지난 윤석열 정부에서는 박진 외교부장관(9월)에 이어 두 번째다. 해임건의안 통과 직후 국민의힘 소속 국정조사 특별위원들이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되레 난항을 겪게 됐다.

이번 해임 건의안은 정략적 성격이 다분하다. 법정 시한(2일)을 한참 넘긴 상태의 예산안 처리와 장관 해임건의안 중 무엇이 더 급한지 일의 선후부터 바뀌었다. 이태원 참사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이미 합의된 상태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밝힌 뒤 해임안을 처리해도 늦지 않는다.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조차 예산안부터 먼저 처리할 것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관심을 흐리려는 전략이라는 여당의 비판이 설득력있게 들리는 이유다.

나라 살림은 사실 이 대표 주변에 대한 검찰수사로 민생 예산까지 볼모로 잡혀 있다.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다음 해 예산안이 정기국회 회기를 넘기는 오점을 이미 남겼다. 겉으로는 법인세 인하에 대한 이견으로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켜 임시국회 소집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계산 때문이라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구속으로 이 대표 수사가 턱밑까지 이른 상황에서 검찰의 소환요구를 방어하기 위해선 회기내 불체포 특권이라는 방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거부할 경우 탄핵소추안으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탄핵소추안 처리를 카드로 방탄 국회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나라 살림은 팽개친 채 대표 개인의 비리 의혹을 당 차원에서 전력 방어하는 모습을 보면 민주당이 공당의 자격을 갖췄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첫째도 둘째도 민생’을 외치는 민주당이 제1당으로서 과연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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