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넌 노른자야, 흰자야…통근지옥 ‘15분 도시’ 제안

도시에 살 권리
카를로스 모레노|264쪽|정예씨
  • 등록 2023-02-22 오전 12:40:00

    수정 2023-02-22 오전 2:46:51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노른자)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밝을 때 퇴근했는데, 밤이야. 저녁이 없어”, “어떻게 청춘이 맨날 집에 가기 바쁘니?”, “서울에 살았으면 우리는 달랐을까?”

지난해 종영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대사 일부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애환을 곡진하게 그려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수도권 대중교통 이용실태 분석’(2020년)에 따르면,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사람은 수도권에서만 하루 평균 730만 명이다. 대중교통 이용 승객의 출근 소요 시간은 평균 1시간 27분으로, 경기도민은 인생의 20%를 길바닥에서 보낸다는 말까지 등장했다.

책은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으로 ‘15분 도시’를 제안한다. 주거, 일, 공급(생활필수품 조달), 보건·의료, 교육, 문화(자아실현) 6가지 사회적 기능이 생활 반경 15분 내에 제공돼야, 개인의 행복을 증진시켜 이웃, 동료들과 더 활기차게 살고 지구와도 조화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 제1대학 교수이자 파리시 도시정책 고문인 저자는 ‘15분 도시, 30분 영토’ 개념의 창안자다. 저자는 도시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기능을 걷거나 이동수단으로 갈 수 있는 근접 거리에 배치해야 우리가 도시에서의 삶을 영속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축”이며 이웃 간 관계를 촘촘히 만들 뿐 아니라, 도시 구조의 취약성을 타개하고 직업의 사회적 지위에서 탈피하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강조한다.

‘15분 도시’는 단순히 편의 기능의 접근성만을 뜻하지 않는다. 미래의 도시 권력지형을 완전히 바꾸자면서 밀도를 분산시킴으로써 권력을 보다 공평하게 분배하자고 했다. 이 개념은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 주거·사회 갈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21세기 도시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면서 현재 유럽 도시 건축 혁신의 상징이 됐다.

저자는 “도시가 확장되고 분리될수록 불평등은 커진다. 이제 그 관계를 전복시키자”면서 바로 지금(코드비-19 이후의 세계)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간성, 활동적인 저탄소 이동방식으로 옮겨갈 기회”라고 제언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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