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월 주의회 문턱을 넘은 뉴욕 도심 카지노 건립은 지난달 3일 주정부 산하 게임위원회가 카지노 운영사업자 공모 기준을 확정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지난 2013년 주 헌법을 개정해 리조트형 카지노 4개를 신규 건립한 뉴욕주는 현재 카지노 게임의 종류를 비대면 방식의 비디오 슬롯머신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신규 승인하는 카지노는 룰렛, 포커, 블랙잭, 다이스 등 테이블 게임이 모두 허용된다. 뉴욕 도심 카지노가 미국 전역의 게임 시장은 물론 관광,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이유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회사 CBRE는 신규로 건립되는 뉴욕 도심 카지노가 연간 48억달러(약 6조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카지노 수익의 30~35%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뉴욕주가 얻는 세수는 연 2조원이 넘는다. 게임위원회는 입찰 참여회사가 주정부에 부담할 카지노 면허 수수료의 최저 기준을 5억달러(약 6200억원)로 책정했다. 뉴욕주는 카지노에서 얻는 수익을 지방정부와 공립학교 재정지원, 게임중독 치료 등 지역 재정사업 재원 충당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신규 카지노는 뉴욕시 맨해튼과 퀸즈, 브루클린 그리고 롱아일랜드, 웨스트체스터 등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현지에선 3개 신규 카지노 면허 중 2개는 리조트 월드 뉴욕시티 카지노와 엠파이어 시티 카지노 등 기존 2개 사업자에게 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욕시 퀸즈 자메이카 애퀴덕트 경마장에 2018년 들어선 리조트 월드 뉴욕시티는 말레이시아 카지노기업 겐팅(Genting) 소유다.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용커스 엠파이어 시티 카지노는 2019년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회사 엠지엠(MGM)이 인수했다. 겐팅과 엠지엠은 현재 라스베이거스에서 성공을 거둔 복합리조트 모델을 뉴욕 도심에서 재현하기 위한 세부계획 수립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
샌즈, 엠지엠과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의 부활을 이끈 윈(Wynn), 시저스(Caesars)도 경쟁에 가세했다. 윈은 맨해튼 재비츠 센터(Javits Center)센터 인근 허드슨 야드 기차 조차장에 1500개 객실의 호텔을 포함된 컨벤션·엔터테인먼트 지구를 조성할 계획이다. 시저스는 맨해튼 브로드웨이 타임스 스퀘어 인근 54층 빌딩을 카지노, 호텔, 엔터테인먼트 등 복합시설로 개조하는 개발계획을 내놨다. 농업·물류회사 솔로비에프(Soloviev)는 UN본부가 있는 맨해튼 미드타운 이스트 3만㎡ 공터에 호텔과 축구장, 대관람차, 박물관 등으로 자유광장(Freedom plaza)을 조성하는 제안서를 게임위원회에 제출했다.
메이저리그 야구단 뉴욕메츠는 하드록(Hard Rock)과 뉴욕시 퀸즈 윌레츠 포인트에 있는 시티필드 홈구장과 시어 스타티움 인근 20만㎡ 주차장 부지에 카지노, 쇼핑몰, 영화관 등을 갖춘 복합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양키스도 브루클린 코니 아일랜드에 워터파크, 롤러코스터, 호텔, 박물관 등을 갖춘 2만㎡ 규모 복합리조트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
도심 한복판에 들어서는 복합리조트는 뉴욕의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인프라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평균 600만 명의 마이스 관광객이 찾는 뉴욕은 대형 시설을 갖춘 시카고, 라스베이거스와 달리 촘촘한 교통망으로 연결된 호텔을 마이스 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5개 자치구에 12만 개가 넘는 호텔 객실을 보유한 뉴욕시는 그동안 지역에 분산된 호텔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대형 행사 수요를 충당해왔다. 맨해튼 힐튼과 쉐라톤 호텔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은 NY 5000 복합지구가 대표적이다.
뉴욕주는 사업자 선정 기준에 카지노를 제외한 시설구성, 신규 일자리 창출, 관광객 유입 효과 등의 평가 비중을 70%로 확대했다. 직접적인 세수 증대 효과와 더불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까지 최대한 누리려는 뉴욕주 의도에 따라 샌즈, 윈 등은 전체 시설에서 카지노 비중을 10% 미만으로 낮추고 전시·회의장, 공연장 등을 전면 배치했다.
윤은주 한국컨벤션전시산업연구원장(한림대 교수)은 “뉴욕은 UN본부 등 국제기구와 협회 본부가 많아 지역 내 국제행사 수요도 많은 곳”이라며 “도시 브랜드 파워가 강력한 뉴욕에 복합리조트까지 더해져 인프라 경쟁력까지 높아질 경우 대형 국제행사 유치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