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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심리’ 시진핑, 전장에 끝날때까지
세계 각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시작했으나 중국은 여전히 ‘코로나 제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해당 아파트를 폐쇄하고 격리시키는 식이다. 해외 입국자에 대해서는 내국인, 외국인 관계없이 최대 3주간 격리 조치한다. 상황에 따라 더 연장될 때도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해 초부터 이같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의 최고지도자인 시 주석은 지난해 1월 미얀마를 방문한 이후 약 21개월째 한 번도 해외 방문을 하지 않았다. 대면외교는 베이징으로 돌아와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게 마지막이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연 평균 14개 국가를 방문하며 해외에서 34일을 머물렀다. 시 주석의 연 평균 해외 체류 일수는 버락 오바바 대통령(25일)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23일)보다 더 길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그는 국제 무대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이를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있겠지만 귀국 후 격리를 면제 받는다면 국내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노아 바킨 로듐 그룹 연구원은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벙커 심리(Bunker Mentality)’에 있다”고 지적했다. 포탄이 쏟아지는 전장에서 머리를 내밀지 않고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경계와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시 주석이 외국 정상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충돌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 주석은 아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한번 회담을 갖지 않았다. 결국 미·중은 연내 영상으로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는데, 여기에서 대만, 홍콩, 신장 등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민감한 이슈도 다뤄질 수 있다. 만약 두 정상이 ‘하나의 중국’을 둘러싸고 레드라인을 확인하고 충돌 방지를 위한 고위급 소통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합의할 경우 미봉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미-중-대만의 3각 상호작용 속에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시 주석의 방한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외교부는 “시 주석의 조기 방한을 추진하기 위해 중국 측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똑같은 답변만 1년 넘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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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이 오는 8∼11일 비공개로 개최하는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는 시 주석의 핵심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정치 이벤트다.
일각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역사결의를 통해 시 주석을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에 맞먹는 수준의 지도자로 격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시 주석 입장에서는 연임에 가장 중요한 행사인 6중전회 준비가 주요 20개국(G20) 정상과의 만남보다 더 중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1, 2차 역사 결의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지위를 확고히 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듯 이번 새 역사 결의는 시 주석의 지위를 강화하는 내용일 것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6중 전회에서 세번째 역사결의가 추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이 중국의 인권 등 가치 문제를 놓고 압박하는 데 대해 어떻게 대응해나갈 지도 논의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국내에 머물면서 미국을 겨냥해 거친 언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관영 언론을 통해 ‘영웅화’되고 있다. 지난 7월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 때는 “외부 세력이 중국을 괴롭히면 강철 만리장성에 머리가 부딪혀 피가 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