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코스피는 미국 증시와 커플링(동조화)이, 중국과는 디커플링(비동조화)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자적인 경제 체제를 갖추려는 중국의 시도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향후 중국이 미국 중심의 경제 질서를 점차 벗어나게 되면, 중국 금융시장과의 디커플링은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자자 입장에선 중국을 헤지(대비책) 수단으로 삼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조언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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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각 국가별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올해(1월 4일~8월 12일) 상관계수는 0.8313을 기록해 작년 0.9585과 별 차이가 없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지수가 오를 때 오르고 내릴 때 내리는 등 동행하는 성향이 강한 것을 의미한다. 음수인 마이너스(-)1에 가까울 경우엔 오를 때 내리는 역관계가 성립된다.
코스피와 상하이종합지수의 상관관계는 올해 0.2379로 작년 0.8450에 비해 3분의 1토막도 더 났다. 두 증시가 ‘마이웨이’였다는 의미다. 중국 IT 3대 기업인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상장된 항셍지수와의 상관계수를 보면 올해 -0.3084를 기록해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지난해 0.4777였던 것에 비해 방향이 바뀐 것이다.
미국 증시와는 같이 가는 반면 중국 증시와는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유는 미국과 한국보단 중국에 있다는 분석이 높다. S&P500과 상하이지수와의 상관계수는 작년 0.8247에서 올해 -0.0972로 나타나는 등 중국은 서로 동행하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 모두에서 멀어지고 있어서다.
중국의 이러한 전략은 한국과의 무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빅테크 규제 등 민간기업 장악력을 제한하는 대신 관 중심의 반도체 등 제조업 경제를 부흥시키는 과정에서, 중소 규모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중심의 기술 내재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중국 수입에서 한국 점유율은 지난 2016년 11.4%에서 지난 3월 7.8%까지 감소했다. 한국 전체 수출에서 중국향 점유율은 약 30%로 이중 절반이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이다. 중국이 한국의 ICT 제품을 사들이는 대신 자국에서 해결하거나 다른 국가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차이나 프록시(Proxy·대안)로 대변되던 한국의 대중국 경쟁력이 훼손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관점에선 코로나19 이후 대중국 수출 비중은 변화가 없지만, 미국과 유럽향 수출은 약 3%포인트 증가(2010~2017년 대비 2020년~2021년 7월 평균)해 24.4%를 기록했다. 이같은 중국과의 무역 연관성 약화가 금융시장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수출 경기가 슈퍼 사이클을 보이고 있지만, 이전과 달리 중국 주도가 아닌 미국 등 선진국 주도란 점에서 중국의 경기나 금융시장 둔화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커촹반 매수-코스피 매도…역상관관계 이용 가능
투자 측면에서도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단 조언이 나온다. 중국을 단순히 한국과 대만 등과 함께 아시아 신흥국 시장으로 분류할 게 아니라, 따로 떼서 보자는 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정부의 부채 관리(통화량 축소)와 기업 규제 모두 궁극적으로 미국과 중국 간 경제 및 금융시장의 디커플링 가능성을 높인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사상 최고치인 미국 주식시장이 흔들릴 때 중국 주식이 대안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들어 외국인은 중국을 사는 대신 한국을 팔고 있다. 후강퉁을 통해 상하이 주식을 사들이는 외국인의 올해 누적 순매수는 이날 약 2500억위안(44조원)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를 25조원 가량을 팔았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들어 빅테크와 경기소비주가 많은 항생테크는 하락하고 공산당의 적극 지지를 받는 하드웨어 및 바이오 비중이 큰 상해 커촹반50이 상승하는 등 중국 내에서도 디커플링이 나타나고 있다”며 “커촹반은 지난해 MSCI 지수에 포함된 뒤 외국인 매수가 강한데, 중국 지수 대비 상대강도와 외국인 코스피 누적 순매도 추이는 거의 데칼코마니를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외국인 입장에서 중국은 롱(매수)하고 한국과 대만은 숏(매도)하는 개념이 잡힐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커촹반을 국내 외국인 유입의 선행 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크게 오른 미국시장은 하반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 긴축을 앞두고 있지만, 중국은 코로나19 영향권에서 가장 빨리 벗어난 이유로 이미 지난해 말부터 긴축에 들어선 상태다. 여유가 있는 중국은 지난 7월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 통화정책 방향을 중립으로 선회하고 있다. 경기 선행 지표로 쓰이는 중국 신용자극지수(Credit Impulse Index)는 올 들어 가파르게 하락했다가 지난 6월 26.64를 기록, 전월 대비 0.15포인트 상승하며 흐름이 바뀌었다. 현 시점서 미국 중심의 글로벌 증시가 하락한다면, 상관계수가 작고 경기 모멘텀이 바닥을 찍은 중국 증시가 대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와 인민은행은 매크로 레버리지 안정 기조를 고수하면서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차별적인 지원을 강조했다”며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미국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와 방향이 다른 등 포트폴리오에 중국 경기 반등 확률을 더 높여 반영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