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이폰, 요소수 통상규제...중국발 무역대란 대비해야

  • 등록 2023-09-11 오전 5:00:00

    수정 2023-09-11 오전 5:00:00

중국의 돌발적인 무역규제로 잠시 해빙 분위기를 보이던 미·중 관계가 다시 냉각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공무원에 이어 국영 기업과 정부 관련 단체 직원들에게도 애플의 아이폰을 금지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여기에다 중국 정부는 이달 초부터 자국 비료 업체에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미·중 기술 패권경쟁이 새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나온 이런 일련의 통상규제 조치는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중국은 이미 지난 5월 미국 마이크론 반도체 제품의 구매를 중지시킨 데 이어 지난달부터 첨단 반도체에 들어가는 갈륨·게르마늄 등 기본 원료에 대한 수출 통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이폰과 같은 완제품의 구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애플은 전체 매출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19%에 달할 정도로 미·중 경제교류의 상징이다. 전방위적인 미국의 첨단반도체 기술 차단공세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던 중국이 화웨이의 첨단 스마트폰 출시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게 이번 조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요소 수출 중단 조치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최대 요소 생산국인 중국으로선 차량 등 산업용과 비료 등 농업 분야에 필수 불가결하게 쓰이는 요소를 언제든 무기화해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이번 수출제한조치는 우리나라로선 상대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낮은 비료용(17%)으로 한정됐지만 수입의 90%를 의존하고 있는 산업용으로도 언제든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2년 전 요소수 대란의 악몽을 겪은 입장에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태다.

중국의 이같은 무역규제로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심화되면 당장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불똥이 튈 수 있다. 실제 이번 화웨이의 첨단 스마트폰에는 SK하이닉스의 D램과 낸드플래시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는데 심상치 않다. SK하이닉스는 거래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응이 우려된다. 한국 반도체 공장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 유예조치가 다음 달 종료되는 상황에서 유예 연장을 적극 추진하는 우리나라로선 악재임에 분명하다. 요소수 사태처럼 이번 일도 기업이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고비를 넘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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