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8년 만에 시동 건 유보통합...보육난 해소 큰 걸음 돼야

  • 등록 2023-07-31 오전 5:00:00

    수정 2023-07-31 오전 7:48:33

정부와 국민의힘이 지난 28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유보통합 로드맵을 내놓았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나뉜 영유아 보육과 교육 관리체계 통합을 올해 착수해 2025년 완료한다는 것이다. 올해 안에 보건복지부의 보육 관련 업무와 예산·인력을 교육부로 넘긴다. 이어 내년에 시·군·구청에서 시·도 교육청으로 같은 내용의 이관을 실행한 뒤 후년에 통합 모델을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유보통합에 시동이 걸렸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추진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유보통합으로 신분과 지위에서 어린이집 교사들에 비해 상대적 불이익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하는 유치원 교사들의 반발을 극복해야 한다. 정부조직법·영유아보육·지방교육자치법 등 관련 법률들을 개정해야 하므로 야당의 협조도 얻어야 한다. 시설과 종사자 처우 개선 등에 추가 소요될 연간 2조원 이상의 영유아 보육과 교육 관련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유보통합은 1995년 김영삼 정부가 처음 시도한 이래 역대 정부에서 여러 차례 추진했으나 다 실패로 돌아갔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유보통합을 무산시킨 이유들은 지금도 상존한다. 정부의 강한 의지와 리더십 없이는 그런 이유들을 돌파하기 어렵다. 당장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들의 당리당략이 유보통합 로드맵 추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난제 가운데 하나인 통합 시설 교사의 자격 기준과 양성 체계를 올해 연말에 수립해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내용이 교사와 부모, 어린이집·유치원 운영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면 사회적 논란과 갈등이 커질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치밀한 계획과 추진이 요구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저출생 문제를 고려하면 유보통합은 발등의 불이다. 한국을 세계 최악의 저출생 국가로 추락시킨 큰 원인 중 하나가 보육이라는 점에서 볼 때 정부·여당은 유보통합을 보육난 해소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와 함께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대선에서 유보통합을 공약으로 제시했던 민주당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보육난 해소라는 절대 과제가 정치 셈법에 발이 묶여선 안 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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