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25)이 내달 1일 첫 재판을 앞두고 반성문을 네 차례 제출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검찰이 김씨에 ‘사형’이 구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반성문 제출은 형량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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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일주일 전 치밀한 계획…재판 앞두고 반성문 네 번 제출
김씨는 온라인게임에서 만난 A씨를 스토킹하다가 지난 3월 23일 집에 찾아가 A씨와 여동생 및 모친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김씨는 A씨가 자신의 연락을 받아주지 않자 공중전화나 지인의 휴대전화로 연락을 시도하는 등 스토킹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는 범행 일주일 전부터 게임 아이디를 바꿔 A씨에게 접근해 A씨의 근무 일정을 파악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또 범행 이후 A씨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와 컴퓨터에 접속해 자신과 관련한 대화 및 친구목록을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4월 27일 김씨를 △살인 △절도△ △특수주거침입 △정보통신망침해 △경범죄처벌법위반죄 등 5개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이후 김씨는 법원에 반성문을 잇달아 제출했습니다. 김씨는 검찰에 구속기소된 이후 지난 11일 재판부에 첫 반성문을 제출했고 18일에는 두 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써냈습니다. 일주일 뒤인 25일엔 네 번째 반성문을 냈습니다.
“계획 살인 저지른 후 반성문? 종이 쪼가리일 뿐”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던 김씨가 네 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씨는 지난달 9일 검찰에 송치되기 전 서울 도봉경찰서 앞에서 무릎을 꿇은 뒤 “이렇게 뻔뻔하게 눈뜨고 있는 것도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 살아 있다는 것도 정말 자신이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고 유가족분들과 저로 인해서 피해 입은 모든 분께 사죄 말씀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달 27일엔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공개하고 “수사 초기부터 범행들을 모두 인정한다.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했습니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후 반성하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 그 진의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반면 유가족은 김씨를 법정 최고형인 사형에 처해달라는 탄원서를 지난 20일 제출하고 청와대 청원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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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양형에 영향 주긴 어려울 것”
김씨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사형 구형 가능성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습니다. 범죄자의 반성 여부가 판단에 영향을 줄 순 있지만 형량을 결정적으로 좌우하진 못할뿐더러 치밀한 계획 살인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김씨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며 “이를 통해 법정에서 김씨에게 사형이 구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손수호 변호사는 “김씨의 범행이 지극히 중대하기 때문에 사형 구형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변호사 역시 “반성문은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는 하나의 자료일 뿐이다”라며 “범죄의 잔혹성 등을 볼 때 반성문이 양형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습니다.
김씨에 대한 첫 재판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며,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