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익률 개선 절실…채권 줄이고 대체 늘려야"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①
16대 이사장 지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캐나다 연기금(CPPIB) 투자전략 '롤 모델'로
수익률 제고하려면 인력난 해결 급선무 강조
  • 등록 2023-03-29 오전 4:12:24

    수정 2023-03-28 오후 10:12:36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투자기관입니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더 높은 수익률을 내려면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Canada Pension Plan Investment Board)처럼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주식과 대체투자를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자산 배분안을 조정해야 합니다.”

지난해 -8.22%라는 역대 최악의 운용 수익률을 기록한 국민연금. 평가손실만 약 80조원에 달한다. 전 세계적인 통화 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대부분의 자산가격이 떨어지면서 국민연금도 그 소나기를 피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민연금 고갈 시점도 애초 2057년에서 2055년으로 2년 빨라졌다.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캐나다 연기금을 ‘롤 모델’로 삼아 수익률 제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이사장을 지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캐나다 연기금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CPPIB처럼 대체투자 비중 늘려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캐나다 연기금은 이미 지난 2016년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에 성공했다”며 “국민연금이 수익률을 올리려면 CPPIB처럼 채권 비중을 줄이고, 주식은 늘리며 대체투자를 크게 확대하는 등 전략적 자산배분안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 의원은 제16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재직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연금개혁 방안을 내놓기 위해 활발하게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98년 캐나다 정부는 오직 투자 의무만을 가진 기금운용조직 CPPIB를 설립했다. CPPIB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법(CPPIBAct)에 따라 캐나다 연금수급자와 기여자 소유인 운용자산을 정부기금과 엄격히 분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5360억달러(약 700조원) 규모의 CPPIB의 수익률은 -5%로 국민연금(-8.22%)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누적된 평균 수익률을 비교해봐도 국민연금은 4.2%인 반면, CPPIB는 8.1%로 두 배가량 높았다. 해외 대형 연기금 중에서도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것이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과 캐나다 연기금의 자산배분 구조가 다른 만큼 수익률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CPPIB는 지난해 말 기준 대체투자 비중이 59%에 달하는 반면, 국민연금은 16.4% 정도 된다”며 “특히 국민연금은 채권 비중이 40%나 되는데, 수익률이 낮은 자산군에 아무리 많이 투자해봤자 전체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에 따르면 890조원의 운용자산이 △주식 41.2%(366조2670억원) △채권 42.3%(374조4740억원) △대체투자 16.4%(146조2320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비중을 점차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은 전통자산 투자에 편중된 모습이다. 이에 비해 CPPIB는 채권(Fixed Income) 비중이 7%에 불과하다. 주식도 27% 수준이며, 나머지는 부동산·인프라·사모주식·크레딧 등 대체자산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우수 인력 확보해야 직접 운용 가능”

김 의원은 국민연금이 캐나다 연금처럼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자산배분 비중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지만 해외투자 우수 운용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PPIB 전 직원 수는 2052명으로 국민연금(457명)과는 약 4.5배 차이가 난다. 그는 “캐나다는 운용역 1명당 2600억원을 담당하는데, 우리나라는 2조원을 맡고 있는 꼴”이라며 “수익률을 올리려면 자산배분안 등 기금운용체계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직원 수가 부족한 탓에 대책 없이 개혁에 나서면 시장에 혼란만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CPPIB가 전 세계에서 최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높은 급여를 제공하는 만큼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기본급을 올리고 성과보상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취임했을 때 시장 평균의 80% 수준에 머물렀던 운용역들 평균 연봉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현재 하위직 기금 운용역들의 경우 시장 평균은 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공기관 특성상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기본급과 성과급 모두 낮은데, 높은 성과 보상제도를 통해 공격적인 운용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모든 자산을 100% 직접 운용하는 CPPIB처럼 국민연금도 직접 운용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전체 기금 중 절반가량은 직접 운용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위탁 운용하고 있다. 심지어 국민연금이 국내외 민간 운용사 등에 기금을 맡기면서 지급하는 위탁 수수료는 지난 2021년 말 기준 2조3424억원으로 매년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이 위탁 수수료로 내는 금액이 2조원이 훌쩍 넘었는데, 해외투자 시 국내 자산운용사와의 협업을 통해 직접운용 비중을 늘려야 한다”며 “이사장으로 있을 때 금융투자협회에 방문해 해외 투자 동반 진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던 것도 위탁운용 비중 축소의 일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 투자도 미국과 유럽에 80% 정도 집중돼 있는데, 이를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큰 신흥국 등으로 투자자산의 다변화를 일으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연금의 바람직한 연금개혁을 위해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기금안정에 기여하는 연금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치적인 이해를 떠나 초당파적으로 국민의 미래를 위해 개혁에 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연금 개혁 효과를 오래 누리기 위해선 가입자인 국민에게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함께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외부 개입을 차단하는 등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해야만 더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프로필

△서울대 국사학 학사 △제8~9대 전라북도의회 의원 △제19대 전북 전주시덕진구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제16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제21대 전북 전주시병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전라북도당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선임부의장 △제21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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