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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십수 명이 되는 신입생에게 각자 한 사발씩을 쥐여주면서, “마시라”고 했다. 일부 신입생이 거부했는데 선배가 앞서 마신 데다가, ‘학과 전통’이라고 하니 거의 강제로 마셔야 하는 분위기였다.
A군도 이런 상황에서 냉면 그릇에 담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대학에 갓 입학하고서야 술을 제대로 마신 A군에게 사발주는 버거웠다. 두 번에 걸쳐서야 그릇을 간신히 비워냈다. 그러고는 인사불성이 돼 의식을 잃고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급성 알코올 중독 증상이었다.
선배 3명은 A군에 대한 상해치사와 상해치사 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1998년 2월 사발주를 강권한 B씨의 상해치사를 유죄로 인정돼 금고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학생회장이던 B씨는 선후배 간에 관계를 쌓는다는 명분으로 신입생 주량이나 의사를 무시하고 치사량의 술을 마시도록 했고, 피해자가 목숨을 잃기에 이르렀다”며 “행사를 주도해서 주최하고서도 혼수상태에 빠진 피해자를 제대로 구호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이같이 선고했다.
다만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서 술을 강권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을 들어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하기로 했다. 사발주를 마시는 시범을 보인 C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런 시류가 잘못이라는 데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었고, A군의 부모도 가해자의 처벌을 적극적으로 원했다. 결국 이 사건은 사법사상 첫 음주 치사 기소로 기록됐고, 음주 치사가 유죄가 나온 첫 법원 판례로 남았다.
사발주를 강권한 선배들은 A군의 가족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해 1억 원에 가까운 위자료를 지급해야 했다. 이 대학 학과장 교수와 총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형사처벌을 피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