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달 전, 자본시장에서 중국 투자 전망을 물을 때면 어렵게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고삐를 강하게 죈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자국민 반발이 맞물리자 ‘중국 투자는 한참 멀었다’는 평가가 중론이었다. 그런데 새해 들어 서서히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부 글로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공격적으로 중국 투자를 검토하는 모습마저 포착되고 있다.
이들의 이론은 간단하다. ‘역대급 위기 뒤에는 언제나 역대급 기회가 있었다’는 게 골자다. 모두가 투자를 머뭇거릴 때 한 박자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코로나19를 털어내고 중국 정부 차원에서의 강력한 경기 부양 드라이브에 대비해 국내 자본 시장에서도 준비에 한창이다. 시장에서는 헬스케어 투자가 가장 먼저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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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춘절을 맞아 제로 코로나 종료와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글로벌 경제 대국의 리오프닝 소식에 따른 분석도 다양하다. ‘중국발(發)’이라는 이름으로 각 분야 수요가 폭발한다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기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금융시장 데이터 업체인 리피니티브(Refinitiv)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딜메이킹은 총 8307억 달러로 전년 대비 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 기업의 자본시장 거래가 44% 감소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피치북에 따르면 중국 내 사모펀드 활동은 지난해 241억 달러로 전년(578억 달러) 대비 71%나 급감했다. 반대로 말하면 예전 규모를 회복할 경우 노릴 업사이드(상승여력)가 그만큼 넓은 셈이다.
중국투자은행(CICC) M&A(인수합병) 책임자인 바그린 안젤로프(Bagrin Angelov)는 로이터 통신에 “이번 개방으로 글로벌 PEF 투자가 늘어날 것이다”며 “거래를 위한 잠재적 구매자들을 만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중국 시장 활성화로 동남아시아는 물론 인도와 호주에 이르기까지 아시아·오세아니아 전방위에 걸쳐 온기가 돌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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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에서 중국 투자 때 가장 눈여겨보는 섹터(분야)는 무엇일까. 반도체와 자동차(전기차배터리), 원자재 등이 전통적으로 꼽혔지만, 최근 눈길을 끄는 것은 헬스케어 분야다. ‘원인을 보면 답이 보인다’고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을 혼란의 도가니에 몰아넣은 코로나19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중국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내 자본시장도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 투자에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공개매수로 오스템임플란트(048260) 인수에 나선 UCK(유니슨캐피탈코리아)와 MBK파트너스가 거액 베팅을 아끼지 않은 배경에는 중국 시장이 있다는 분석이다.
MBK는 오스템임플란트 외에도 2조4000억원을 투자해 3D구강스캐너 업체인 메디트까지 인수하면서 광폭 행보를 벌이고 있다. 얼핏 차세대 덴티스트리(치과진료) 잠재력을 높게 본 투자라고 볼 수 있지만, 범위를 넓히면 중국 헬스케어 시장 활성화를 겨냥한 투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시장은 큰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중국 시장 투자에 대해 모두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는 시장을 그 자체로 두는 게 아닌 통제와 개방이 정부 차원에서 가능하다는 점이다”며 “살아지지 않는 변수가 있다는 점을 염두한 투자 전략을 펼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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