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일 펩트론(087010) 대표는 23일 대전 유성구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호주 인벡스와 공동개발 중인 뇌혈관 치료제 ‘프리센딘’(Presendin)의 FDA 임상 3상 IND 승인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앞서 지난 26일(현지시간) 인벡스는 전 세계 40개 기관에서 프리센딘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이번 추가 승인으로 미국에서도 임상 환자 모집 및 투여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마트데포 기술에 대한 첫 번째 미국 임상이다. 프리센딘은 펩트론의 펩타이드 플랫폼 기술인 스마트데포 기술로 개발된 약효지속성 피하주사(SC) 제형 의약품이다. 파이프라인명은 ‘PT320’이다. 최 대표를 비롯해 업계에서 이번 성과를 크게 반기는 배경이다.
최 대표는 “1997년 펩트론을 설립하고, 20년 넘은 고생을 한꺼번에 보답받는 기분”이라며 “바이오벤처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충북 오송 전용 GMP 공장 건립 등을 통해 자체 기술로 완제의약품을 생산할 실력을 쌓아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국내 바이오벤처의 SC 제형 의약품이 미국 진입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돼 미국 진출에 성공한 SC 제형 의약품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이 유일하다. FDA 3상 승인 후 개발이 진행 중인 것도 연내 신약 승인이 기대되는 한미약품(128940) 랩스커버리 기술의 론론티스, 셀트리온(068270)의 램시마SC 제형, 동아ST의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DMB-3115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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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펩트론과 인벡스가 프리센딘을 개발하면 관련 시장을 독점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프리센딘의 주요 타깃인 두개 내 고혈압(IIH)에 대한 치료제는 아직 시장에 없다. 현재 상용화에 성공한 이 분야 연관 치료제는 △두개 내압을 낮추는 약물 또는 수술 △두통 등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진통제 △필요에 따라 체중 감량 등의 효능을 갖추고 있을 뿐이다. 업계에 따르면 IIH 치료제 시장 규모(유병률 기준)는 미국과 유럽에서만 16억 달러(약 2조원)이며, 연간 3.4% 이상씩 성장이 전망된다.
프리센딘은 당뇨병 치료에 주로 활용되는 GLP-1 계열 약물 엑세나타이드를 사용한 의약품이다. 엑세나타이드는 혈당 조절, 체중 감소, 혈뇌장벽(BBB) 투과율, 신경세포 재생 등에서 높은 효능을 보이는 물질이다. 인벡스는 임상 2상을 통해 두개 내압, 두통, 시력 등 IIH 각 증상의 완화에 대한 임상적 데이터를 확보했다.
최 대표는 “프리센딘의 독점 생산 권한을 보유하고 있고, 오송 GMP 공장에서 공급을 담당한다”며 “관련 수익만 향후 10년간 5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송 GMP 공장은 연면적 4700㎡ 규모의 스마트 약효지속성 펩타이드 의약품 임상 개발 및 생산에 특화된 시설이다. 주사제 완제의약품을 연간 100만 바이알 규모로 생산할 수 있으며 최근 유럽 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EU-GMP) 인증도 받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펩트론이 다양한 파이프라인에서 성과를 내면서 자금 운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최 대표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CDMO 사업 확장과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확대로 최근 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파이프라인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고, 반기 기준으로도 200억원 이상의 자금도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프리센딘의 개발도 우리가 주요 기술을 제공해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없다”며 “다만 중장기 성장 전략인 당뇨병 치료제가 상용화를 위해 대규모 공장을 지어야 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외 파트너사를 비롯한 외부 투자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스마트데포 기술은 반감기가 짧아 자주 주사하는 펩타이드 약물을 최대 6개월 1회 주사까지 가능하도록 약효를 연장한다. 특히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을 증가시켜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매우 효과적인 기술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