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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확보한 백신 분량은 적은데 접종 후 남는 양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쥐어짜는 주사기’는 못 구했다. 일본에서 자체 생산하려니 9월이 다 돼서야 물량이 공급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 속 이달 초 일본의 한 병원이 내놓은 자구책은 인슐린용 주사기를 쓰자는 것. 이 경우 화이자 백신 1병당 6회를 넘어 7회까지도 접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사용 승인이 떨어진 화이자 백신의 경우 1병당 5회 접종을 원칙으로 한다. 잔여물을 최소화하는 특수주사기로는 6회까지 접종할 수 있지만, 인슐린 주사기는 바늘과 피스톤이 거의 붙어있어 7회분을 접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슐린용 주사기 바늘 길이가 백신용 주사기보다 짧지 않냐는 의문에는 “일본인은 미국·유럽인보다 피하지방이 얇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발상의 전환에 일본은 환호했다. 그야말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일본 정부는 인슐린 주사기 사용을 배제하진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다무라 노리히사 후생노동상이 “검사를 통해 근육까지 바늘이 닿는다면 의료 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부정하지 않겠다”고 했고, 백신 접종을 책임지는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도 “창의적인 연구를 계속해 달라”고 독려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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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리 부장은 “백신이 (인슐린 주사기의) 가느다란 바늘 속을 지날 때 용액의 흐름이나 입자 구조가 변하지는 않는지 검증하지 않고선 사용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개발사인 화이자도 인슐린 주사기 사용에 신중한 입장이다. 화이자 측은 “1병에서 (최대) 6회분을 접종할 수 있다고 명시한 첨부 문서대로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백신 안전성뿐만 아니라 인슐린 주사기를 쓰는 게 번거롭다는 문제도 있다. 코로나 백신을 근육에 주사하려면 길이 25mm 바늘이 필요하지만 인슐린 주사는 13mm로 짧다. 이에 따라 접종 전 초음파 검사 장치로 피하지방 두께를 잰 뒤 바늘이 근육에 닿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번거로워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인슐린 주사기 논란 속 일본 업체들은 최대 7회 접종이 가능한 특수 주사기를 개발한 것으로 나타나 실용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도쿄에 있는 업체인 ‘톱’과 ‘데루모’는 각각 지난 2월과 3월 초 특수주사기를 개발해 후생노동성 승인을 받았다. 올해 안에 두 업체에서 확보할 수 있는 최소 물량은 약 4000만개로, 일반 주사기의 백신 낭비 문제를 일정 수준은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