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트렌드가 될 결심'…토종 SaaS 속속 대규모 투자유치

美서 유니콘 기업된 센드버드…IPO·투자유치도 ‘활발’
채용시장 '불균형' 속 업무 생산선 향상에 도움
시장 선점 북미 기업 대비 '걸음마' 단계인 국내 기업
  • 등록 2023-01-11 오전 5:15:24

    수정 2023-01-11 오전 8:21:58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의 전성시대다. 특히 기업간거래(B2B) 분야 SaaS 업체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벤처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토종 B2B SaaS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센드버드, 美서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IPO·투자유치 ‘활발’

10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핀테크 솔루션 개발업체인 아데나소프트웨어(아데나소프트)는 E&F프라이빗에퀴티(PE)로부터 3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은 1500억원보다 3배 이상 몸값을 불린 셈이다. 그 해 한국투자파트너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 등이 아데나소프트에 39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한 바 있다.

E&F PE는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확대와 함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의 유망성에 베팅해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정승우 대표가 설립한 아데나소프트는 외환거래업체와 페이먼트(지급결제)업체를 대상으로 IT 솔루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영국과 스위스 등 글로벌 외환 유동성공급자(LP)와 해외 외환 선물사들에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판매한다.

SaaS는 ‘Software as a service’의 약자로 패키지 형태로 제공되던 컴퓨터 소프트웨어(SW)를 클라우드를 통해 구독형으로 전환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고 클라우드 기술도 고도화되면서 SW를 SaaS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365, 드롭박스(Dropbox), 구글 독스(Google Docs)등이 대표적이다.

B2B SaaS 스타트업 중 최초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은 곳도 있다. 엔씨소프트 개발차 출신 김동신 대표가 미국에 창업한 센드버드는 채팅 서비스 플랫폼 업체로 미국의 핀테크 업체 페이팔, 약국 체인 월그린 등 1200여 곳의 고객사를 확보하는 등 해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센드버드는 ‘챗 API’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기업용 채팅, 메세징 솔루션을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로 제공한다. 지난해 센드버드는 월간 사용자 3억명을 넘어섰다.

가장 최근에는 성과관리 Saas를 개발·운영하는 레몬베이스가 7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투자를 주도했고, 카카오벤처스와 본엔젤스 등 기존 투자사도 참여했다. 투적 투자 유치액은 140억원이다. 레몬베이스는 기업들이 지속적인 성과관리를 손쉽게 운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기적인 평가와 상시 목표관리, 1대1 미팅, 수시 피드백 등의 제도 등이다. 컴투스그룹, 롯데제과 등 2000여개의 기업이 레몬베이스를 활용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곳도 있다. 디지털마케팅 솔루션 기업인 오브젠은 이날부터 11일까지 이틀 동안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예상 시가총액은 698억~931억원이다. 오브젠이 내세우는 것은 ‘마테크(마케팅+테크놀로지)‘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마케팅에 접목해 ‘초개인화 마케팅’ 기법과 틀을 공급한다.

업무 생산성 향상에 도움…시장 선점 북미 기업 대비 국내는 ‘걸음마’

이처럼 B2B SaaS 관련 기업이 각광받고 있는 것은 기업에 소속된 개인들의 업무 생산성을 높여줄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높아진 인건비로 인해 좋은 인재를 발굴하기 어려워진 채용시장에서 기업들은 현재 일하는 직원들만으로 생산성을 높여 효율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길을 찾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 급여와 상여를 합쳐 263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으며 금융권 ’연봉킹‘으로 등극한 김제욱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부사장 역시 B2B SaaS 분야를 눈여겨보고 있다. 벤처캐피탈(VC) 업계 ’톱3‘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IGA웍스, 글로버추얼패션, 마크비전, 채널코퍼레이션, 아데나소프트웨어, 자비즈앤빌런즈 등 토종 B2B SaaS 스타트업들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SaaS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SaaS 시장은 2020년 5780억 원에서 2025년 1조 1430억 원으로, 연평균 14.9%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SaaS 서비스 기업의 수 역시 2018년 570곳에서 2020년 780곳으로 약 200여 곳 증가했다. 관련 매출 또한 2018년 1조 1400억원 규모에서 2년 만에 3000억 원가량 증가한 1조 44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다만 북미 SaaS 시장과 달리 아직 국내 SaaS 시장은 걸음마 단계다. 시너지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B2B SaaS 시장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39%로 고속 성장하며 2019년 기준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의 23%를 SaaS로 대체했다. 또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는 22년 글로벌 SaaS 시장 규모가 1450억 달러(약 180조원)에 이르며, 향후 2년간 40%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국내 SaaS 기업은)아직 대부분 외형 성장에 집중하며 영업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동성 위기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있어 기술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어 신생 SaaS 기업들에겐 어려운 시기임에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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