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 2주 연장이 시작됐지만 시민·자영업자들이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지침에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백신 인센티브’로 오후 6시 이후 최대 4인까지 모일 수 있도록 했지만 20~30대가 주 고객인 해당 연령대의 백신 접종이 이제 시작됐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고통과 시민 불편이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 방역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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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고객 태반이 접종 안 했는데 백신 인센티브라고?”
방역당국은 23일부터 4단계 적용 지역의 카페·음식점 영업시간을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한 시간 단축했다. 해당 업장에서 전체 확진자의 30%가 나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오후 6시 이후 사적모임 2인 제한과 관련, 카페·음식점에 한해 백신 접종 완료자 2인을 포함한 4인 모임을 허용키로 했다. 백신 접종 완료자는 2차 접종을 마치고 14일(면역형성기간)이 지난 사람이다. 예컨대 20일 2차 접종을 마쳤다면 내달 3일 이후부터 사적모임 제한인원 예외적용을 받는다.
시민들은 이번 조치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인 정모(31)씨는 “밤 10시에 문을 닫나 9시 이후에 문을 닫나 무슨 차이가 있나 모르겠다”면서 “고객들이야 조금 불편하지만 자영업자분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내달 1일에 1차, 10월 중순에 2차 접종을 예약한 이정용(가명·29)씨는 “내달 3일 이후부터 저녁에 백신 접종완료자를 포함해 4명이 모일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4인 이상 모이려면 앞으로 8주 이상 더 기다려야 한다”라며 “계속 방역지침이 바뀌는데 그 사이 또 바뀌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이번 지침은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 안 된 전형적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장은 “백신 인센티브는 오후 9시에 문을 닫게 하기 위한 꼼수일 뿐 매출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이들은 6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이분들이 저녁 먹고 카페에 가지 않는다. 카페 주요 이용층인 20~40대 상당수는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이어 “자체 조사해 보니 카페·음식점 확진자 비율 30% 중 카페는 3% 정도밖에 안 되고 대부분은 프랜차이즈 직영점이다”라며 “고용된 매니저가 운영하는 직영점과 달리 가맹점은 확진자가 나오면 당사자가 큰 피해를 보니 철저하게 방역한다. 이처럼 업종내 세세한 차이점에 대한 아무런 고려가 없는 게 이번 조치의 문제점”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줄폐업이 속출하는 식당·술집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2차 장사’인 호프집·노래방 등은 오후 9시에 문을 닫으면 고작 한 시간 정도밖에 영업을 못하는 셈이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회 대표는 “보통 오후 8~9시가 돼야 영업을 본격 시작하는데 1~2시간만 장사하라는 얘기”라며 한숨을 쉬었다.
“자영업자 일방적 희생”…‘위드 코로나’ 논의 고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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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초기에 성공적이었지만 지난해 겨울부터 역학조사에 구멍’이 뚫렸고, 이것이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이어진 계기가 됐다”고 현행 방역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한 “백신 접종으로 방역 환경이 바뀌고 코로나19 치명률이 7월 기준으로 0.2% 이하로 떨어졌다”며 “독감 치명률과 0.1% 수준으로 좁혀진 상황에서 9월 말~10월 초에는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