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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전 서울 중구 대우재단빌딩 18층에서 만난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세경연) 회장은 코트라(KOTRA)의 ‘1사 1인 해외 취업 프로젝트’를 두고 “답답하다‘며, 혀를 찼다. 선발 계획만 있을 뿐, 해외 취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교육 프로그램이 빠졌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장 회장은 “취업난이 극심하다 해서 ‘일단 뽑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될 문제”라며 “1년 가량 엄격한 교육을 통해 내보내도 5% 정도는 결국 현지 적응에 실패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준비없는 해외취업..‘청년 실패자’ 양산할 수도
장 회장은 사업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준비없이 해외 취업에 나섰다간 ‘청년 실패자’만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 취업자들이 현지에 연착륙하려면 그 나라의 역사, 문화 등을 가르치는 것은 기본이고, 인격 소양을 위한 정신 교육, 회계·생산관리 등 직무 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장 회장은 “철저한 현지화 교육 없이는 허투루 예산만 쓰고 흐지부지 되는 ‘전시행정’에 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2011년부터 8년째 글로벌 청년사업가(GYBM) 양성과정을 운영하면서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돕는 장 회장 지적이기에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세경연은 2011년 베트남에 40명을 보낸 이래 지난해까지 810명의 연수생을 선발했다. 기존 베트남에다 △2014년 미얀마 △2015년 인도네시아 △2016년 태국을 추가하면서 지난해 선발 인원은 180명으로 늘었다. 장 회장은 “올해 190명을 선발하면 8년간 1000명의 연수생을 선발해 해외에 내보내게 된다”고 강조했다.
“올해 연수생 1000명 돌파”..100% 해외 취업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연수생들은 경기도 용인 소재 대우글로벌인재양성센터에 입소해 3주간의 입문 교육을 받은 뒤, 한 달간 국내 제조업체에서 생산 현장실습을 한다. 이후 베트남 선발자들은 현지로 출국해 9개월여간 언어·직무 연수를 받게 된다.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선발자들은 국내 3개월, 해외 5개월의 연수 과정을 밟는다.
이들 나라에선 세경연과 업무 제휴를 맺은 △베트남 하노이문화대학 △인도네시아 반둥공과대학 △태국 탐마삿대학 △미얀마 앙곤외국어대학에서 현지어, 역사, 문화 등을 교육한다. 또 기업직무, 문화탐방, 미션 활동, 현지 기업인 특강 등도 수시로 진행한다.
연수생들의 일과표를 살짝 엿봤더니 수험생 못지 않다. 오전 5시30분에 기상해 점호· 운동을 하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직무교육, 현지어 교육, 특강 등이 계속 된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는 다시 직무교육, 과제 수행, 자율학습 등을 하고나서야 밤 10시에 취침한다.
연수 과정을 끝내고 취업에 성공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세경연은 대우 전직 임원들이 자진해서 연수생 4~5명을 맡아 평생 멘토링을 하는 사후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 회장이 “단순히 취업을 시키는 게 목표가 돼선 안되며, 청년들에게 세심한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는 오는 6월 모집 요강을 발표한다.
“GYBM 통해 ‘제 2 김우중’ 발굴하고파”
세경연의 GYBM 사업은 ‘세계 경영’을 외쳤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사업이다. 김 전 회장은 대우 창업 51주년을 즈음해 28년 만에 개정 출간된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 책에 GYBM 사업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83세(1936년생) 고령인 김 전 회장은 요즘도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심장질환 등을 앓고 있는 김 전 회장은 날씨가 따뜻한 베트남 하노이에 주로 머물고 있지만, 명절 등 집안 행사가 있을 때면 한국을 찾곤 한다.
한국과 베트남에 머무는 시간은 반반 정도. 한국에 있을 때면 대우재단빌딩 18층에 마련한 개인 사무실을 오가며 가까운 지인들을 만난다고 한다. 장 회장은 “(김 전 회장이) 요새는 서울에 머물면서 사무실에 자주 나오시는 편”이라며 “대외 활동은 더 이상 하지 않고, 가까운 지인들을 주로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시대가 달라졌다..기업들도 변해야”
인터뷰 말미, 장 회장에게 문재인정부 들어 위축된 재계 분위기를 전했더니, “정부와 기업이 함께 가는 목표, 지향점을 맞춰가는 과정 아니겠느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고도 성장기에는 국가 발전을 위해 대기업 위주 정책이 당연시 치부됐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면서 “정부가 성장 보다는 양극화 해소, 경제민주화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점에서 기업들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갈수록 심해지는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장 회장은 “정경유착 등 사회적 물의를 빚은 기업들에게 일차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문제”라며 “기업이 있어야 경제가 살고 국가가 발전하는데.너무 기업들만 몰아세워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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