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9일 증시휴장…주식시장 왜 쉬나요?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증권사 입사 3년차인 김동욱씨는 연말을 손꼽아 기다렸다. 증권시장 폐장이 영업일보다 하루 이른 탓에 남들보다 긴 연휴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들떠 있는 김씨에게 한 고참 선배는 “옛날이 좋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자신이 신입사원일 때만 해도 3일간의 휴장으로 꿀맛같은 연휴를 보냈는데 지금은 납회(폐장)의 즐거움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28일 거래를 끝으로 올해 증시를 폐장한다고 밝혔다.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시장, 코넥스 시장 등을 포함한 증권시장은 물론 파생상품시장도 이날까지만 거래한다. 29일은 연말 휴장이다. 결제일에서도 제외된다. 달력에 빨간 날이 아닌데도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는 공식적인 날이다. 한국거래소의 업무규정 시장 운영 제 5조(휴장)에 따르면 12월 31일(공휴일 또는 토요일인 경우에는 직전의 매매거래일로 한다)은 매매 거래를 하지 않는 날로 규정돼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12월 결산법인의 시장조치(배당락, 권리락 등) 및 전산시스템 점검 등 연간단위로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업무처리 시간을 고려해 연말 휴장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말 휴장의 역사를 보면 최장 7거래일까지 쉬던 때도 있었다. 1977년부터 1984년까지다. 1977년 이전에는 3일간 휴장이었다. 당시 거래소는 “매 년말 거래가 크게 증가해 수도결제(거래소에서 매매거래된 주식이나 채권이 증권거래소가 지정한 결제기구를 통해 매수측은 대금을 매도측은 증권을 수수하는 것) 및 명의개서(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회사로부터 주주로 인정받기 위해 주주명부에 성명과 주소 등을 기재하는 것) 업무가 폭주하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휴장일을 기존 3일에서 7일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그러다 1985년 5일로 단축됐다. ‘기말 계속 예탁제’ 실시로 명의개서를 위한 기간이 단축됐기 때문이다. 이어 1992년 증시개방에 따른 국제화 추세를 따라 3일로 줄였다. 실제 당시 일본, 대만, 태국, 룩셈부르크 등은 연말휴장일이 단 하루였고 미국, 영국, 프랑스, 홍콩, 싱가포르 등은 연말휴장을 실시하지 않고 있었다.

현재처럼 하루로 줄어든 것은 2001년부터다. 거래소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 증권지원업무의 전산화 및 상법 등 관련법 개정 등에 따라 연말 휴장일을 하루로 단축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전산화가 잘 돼 있어 휴장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며 예전부터 있던 연말 휴장 관례에 따른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