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은 산소와 같은 산화제 없이 메탄으로부터 화학원료를 직접 얻는 기술이다. 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에 비해 경제성과 안전성이 높다. 하지만 기술 난도가 높은 탓에 아직까지 상용화 되지 못했다. 현재 중국 대련화학물리연구소가 지난 2014년 사이언스지에 관련 논문을 발표한 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사인 SABIC과 공동으로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메탄은 석유화학공정과 셰일가스에서 대량으로 나오는 저렴한 가스다. 현재 연간 메탄 발생량 6억 톤 중 96%가 난방·발전용 열원으로 사용되고 단 4%만 화학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전 세계 연구자들은 메탄을 화학원료로 전환해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메탄 전환기술은 크게 간접전환과 직접전환으로 나뉜다. 간접전환은 메탄과 산화제를 반응시켜 합성가스를 만든 후 합성가스로부터 화학원료를 얻는 기술로 상용화돼 있지만 효율이 낮다. 이런 탓에 연구자들이 직접전환 상용화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메탄 직접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틸 라디칼이 문제였다. 메틸 라디칼을 제어할 수 없는 탓에 다량의 코크(coke·탄소침전물)가 발생하고 화학원료의 수율(투입 대비 생산량 비율)도 확보하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이 1000℃이상의 고온에서 산화제 없이 메틸 라디칼을 제어하면서도 에틸렌과 벤젠 등의 화학원료로 99% 전환하는 비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촉매 표면 설계만으로 메틸 라디칼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고난도 기술로 알려져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의 핵심은 ‘단원자 철’ 촉매다. 연구진은 실험계산화학과의 융합연구를 통해 촉매 표면을 최적화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촉매가 여러 원자들이 뭉쳐있는 탓에 연쇄적으로 반응이 일어나는 데 반해 신규 촉매는 여러 개의 단원자가 촉매표면에 흩어져있는 형태로 각각의 단원자에서 한 번씩만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그 결과 기존 촉매에서 연쇄 반응으로 인해 생성되는 이산화탄소와 코크 등의 부산물이 생기지 않고 연쇄 반응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에너지도 줄어들어 에너지 효율이 높아졌다.
한국화학연구원 김석기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촉매 표면의 성질에 따라 부산물이 억제되는 메커니즘을 밝혔다는 데에서 학술적인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수율을 더욱 향상시키는 촉매기술을 개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을 촉매분야 최고 권위지인 ‘ACS(American Chemical Society) Catalysis’ 9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했다. 비산화 메탄 직접 전환 기술에 대한 내용을 저널에 발표한 것은 중국 대련화학물리연구소,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C1리파이너리사업, 한국화학연구원 주요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