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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24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선거는 혼내주러 가는 것”이라며 “정권 심판론이라는 큰 흐름이 있는데, 민주당에 그것을 되돌려놓을 수 있는 인물이나 바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특히 ‘진중권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처럼 원래 민주당을 포함한 진보진영 지지자였던 사람들이 정권에 실망해 이탈하는 현상이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부동층들이 보수로 상당히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민주당을 찍어왔던 사람들의 이탈이 한 두명이 아닐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 일문일답.
-어느 당이 총선에서 1당을 차지하게 될까.
△예측하기가 조심스럽지만 민주당이 1당을 할 가능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유는.
△지난 3번의 전국 선거, 즉 2016년 20대 총선·2017년 19대 대선·2018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밀어줬다. 이제는 유권자들이 ‘이렇게 밀어줬는데 나라다운 나라가 됐느냐’고 묻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나라는 바뀌지 않았다는 뜻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하자 마자 엄청난 기회를 얻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국민들의 80% 이상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했고,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이 탄핵을 인용했다. 개헌이나 검찰 개혁 등 어떤 것도 할 수 있었다. 말그대로 새로운 대한민국, 이른바 ‘2017년 체제’를 만들 수 있는 너무나 좋은 조건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도 달랐다. 당시엔 전임 대통령이 다섯 명이나 살아있었다. 노 전 대통령에겐 박근혜·이명박·손학규·정동영 등 다른 라이벌들도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당시엔 전임 대통령들이 아무런 힘도 없었고, 야당이 지리멸렬했는데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지 못했다.
△악재도 호재도 아니다. 정치에서 이슈는 그 자체보다 이슈를 다루는 태도에 의해 결정된다.
전염병이 확산되고 그것을 막지 못하면 정부 책임론이 1차적으로 불거진다. 그러나 결국 유권자들이 보는 것은 누가 더 지도자답게, 정치적으로 이 이슈를 이용하지 않느냐다. 얼마나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지로 결정되는 것이다. 코로나는 전 국가적인 재난이다. 이것으로 표를 얻을 생각을 하지 않고,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 당이 박수를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총선은 어떤 구도로 펼쳐지게 될까.
△‘문재인 정권 심판’ 프레임과 ‘적폐 청산’ 프레임이 아직은 팽팽해보인다. 하지만 4월이 되면 명백히 ‘반(反) 문재인’ 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낙연 대망론’으로 치르는 선거도 아니기 때문이다. 줄다리기를 해보면, 팽팽해보여도 어느 순간 알게 된다. 내가 끌려가는지, 끌려오는지. 그리고 무너지기 시작하면 확 무너진다. 이번 선거를 보면 그렇게 확 무너질 것이다.
-어느쪽으로 무너진다는 뜻인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혼내줘야 한다는 흐름이다. 선거는 누구를 혼내주러 가는 것이다. 좋아해서 찍거나, 필요해서 찍거나, 싫어해서 찍는 것. 세 가지 중에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싫어서 찍는 것이다. 지금 제 3당이 설 공간이 없어 양당으로 빨려가고 있다. 여론조사도 마치 지역주의 시대처럼 돌아가고 있다. 그렇다보니 우리공화당과 같은 소수정당은 지역구에서 영향력이 없을 것으로 보고, 반(反) 문재인을 실현하는 쪽으로 표가 모일 것이다.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야당 심판론도 있지 않나.
△야권 심판론이라는 프레임은 원래 없었다. 있었더라도 잘 안 먹힐 것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이나 4차 북미정상회담 등 대형 외교안보 이슈로 선거판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전망은 어떻게 보나.
-많은 국민들이 보수 통합을 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는데 결국 해냈다. 총선에서 효과가 있을까
△지지층에서 이탈했던 중도보수층이 돌아갈 것이다. 새누리당 지지율이 40%가 넘었을 때 지지했던 사람들은 아직 미래통합당이 못마땅하지만 문재인 정권에 실망했다. 그런 중도·보수들이 돌아갈 핑계를 찾고 있었는데 당명도 바꿨으니 이젠 돌아갈 것으로 본다.
-중도·보수가 미래통합당으로 돌아간다면, 중도·진보는 어떨까.
△중도·진보가 미래통합당을 찍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민주당을 찍는다? 그건 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형국에선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중도·진보 지지자들이 민주당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변수다. 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정당을 만들지 않은 채로 표를 빼앗길까.
△민주당이 정당 득표율을 40%까지는 받진 못할 것이다. 일부가 정의당이나 다른 진보 정당으로 갈 것이다. 그렇다고 비례대표 당을 만들면 정의당이 반발하지 않겠나. 그래서 나오는 이야기가 민주당과 정의당이 합친 비례대표용 정당을 만들어서 반반 씩 나눠먹자는 아이디어다. 이른바 ‘민주정의당’이 되는 것인데, 현실성도 실효성도 없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이 있는데 다른 정당을 만든다고 해서 얼마나 정당 득표를 가져올 지 모르겠다. 민주당이 조금이라도 가져가겠다면서 비례대표 당을 만드는 순간 표가 그쪽으로 안 갈 것이다.
-정의당은 21대 국회에서 교섭단체가 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지역구 당선자가 별로 없어서다. 그러니까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을 만들고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하는데, 지금 정의당의 지도력으로 지역구를 뛰고 있는 사람을 접게할 수 있을가. 그렇게 하진 못할 것 같다.
-21대 국회에서 연동형 비례제가 보완될 것으로 전망하나.
△저는 아예 폐지될 것이라고 본다. 만든 사람들이 책임져야 할 선거제도다. 내각제에나 맞는 제도지, 대통령제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