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춤했던 채용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김현아(26·가명)씨의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방대를 졸업해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김씨는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의구심이 지울 수 없어서다.
지난 2017년부터 정부는 금융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공약 중 하나인 블라인드 채용은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채용 과정을 마련해 주겠다는 취지로 많은 취업준비생들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블라인드 채용의 핵심은 성별, 학력, 출신학교 등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고 직무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한다는 것.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채용 전형과정 중에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가 무색하게 출신학교중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까닭에 ‘블라인드’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 서울 소재 A대학교 취업 준비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에는 “공기업 면접 중 면접관이 학벌로 면박을 줬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해당 이야기에 따르면 지원자 A씨는 자신의 장점으로 뛰어난 학습능력을 꼽았고 이를 들은 면접관은 “(뛰어난 학습능력에도 불구하고) 대학교는 왜 거기밖에 못 갔냐”며 질책했다.
블라인드 채용 둘러싼 취준생들의 갑론을박
이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며 입사 전형 중 서류 제출에 대한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걱정도 늘어갔다.
이 외에도 취준생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 “블라인드 채용 기준이 서류 전형만 블라인드라는 건가? 면접 보기 전에 (학력)증명서를 내라는 게 말이 되냐”, “최종학력증명서부터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까지 이건 블라인드가 아니다”며 불만을 드러내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원자들의 허위사실 기재를 위한 방편이라며 기업측을 두둔하는 의견도 있다.
천대식(31·가명)씨는 “나도 필기전형이 끝나고 서류를 낸 적이 있다. 자기소개서와 입사원서에 기재한 사실이 진짜인지 아닌지 가려내야 하지 않느냐”며 “최종 합격 발표 후 허위사실을 발견해 입사를 취소하면 결국 신입직원 자리 하나만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인사처에서 응시자들이 제출한 증명서들을 면접관한테 확실히 전달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된다면 더 좋긴 하다”고 덧붙였다.
“블라인드 채용 정착되는 중”…취준생들 우려에 기업·정부 ‘일축’
취준생들의 우려와는 달리 공기업들은 “제출서류가 채용절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일축했다.
블라인드 채용 취지 무색... 해당 기업 제재 방안 없어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3조에 따르면 구인자(기업)는 채용 시험을 서류심사와 필기·면접 시험 등으로 구분해 실시하는 경우 서류심사에 합격한 구직자에 한정해 입증자료 및 심층심사자료를 제출토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법에 따라 서류전형 통과자들을 대상으로 학력증명서 등을 요구해도 불법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취준생들의 우려대로 채용 전형 과정 중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사항이 발생하더라도 명백한 불법 취업을 저지르지 않는 한 해당 기업은 별다른 제재가 없다.
다만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실시하는 (지방)공기업 및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감점을 받는 정도 수준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이후 응시자들이 제출하는 서류는 절대 채용 전형에 참여하는 위원이 인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 근거가 없어 현실적으로 강제 처벌은 어렵다”면서도 “블라인드 채용의 완전한 정착을 위해 산업인력공단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 불시 점검을 통해 위반 사항이 있는 기관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조치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냅타임 박솔잎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