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모(사진) 중앙학원대학 교수는 2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이 교수는 일본에서 정치학 석·박사를 취득한 뒤 30년 넘게 거주하며 정치와 행정을 가르쳤다. 그가 쓴 ‘도쿄 30년, 일본 정치를 꿰뚫다’는 한국인으로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본 정치를 쉽게 설명해준다.
최근 아베 내각이 추진하던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아베 총리와 친분이 두터운 검사장을 검찰청장에 임명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의혹에 ‘3권분립’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완강하던 아베 내각도 ‘검찰청법 개정안에 항의합니다’라는 트윗 수백만건이 이어지고 지지율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자 결국 법안을 보류했다.
코로나19에 일본국민도 변하고 있지만…
이 교수는 “일본 국민들이 아베 내각의 무능과 독선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반면 일본 사회가 이를 계기로 파워풀한 동력을 이끌어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봤다. 그는 “이번 일은 코로나19 사태로 일시적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때문으로 보인다”며 “기본적으로 일본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 ‘3무(無)”라고 했다. 이 교수가 말하는 3무(無)는 무관심·무력감·무책임이다.
이 교수는 국가 안보라는 명목 아래 정권이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비밀정보보호법’이나 일본을 다시 전쟁하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던 ‘안보법’ 등 민감한 법률도 각의 결정과 국회 강행이라는 강수로 통과됐고 그때마다 반대 여론이 비등했지만 잠시 후에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뒷북 긴급사태 선언으로 비난을 받았고 전 국민에 배포한 마스크는 불량품들이 넘쳐나 회수해 재배포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코로나19 대응 최일선에 선 의료진들은 보호장구 부족으로 애를 먹는 등 재난에 강한 나라라는 기존 일본의 이미지는 산산히 부서졌다.
이 교수는 “일본 (지진이나 폭우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 중앙정부가 나서서 진두지휘하는 시스템이 아니”라며 “전국적인 방역체계와 일사불란한 검진과 격리 등 행정과 의료 등 모든 분야의 총동원이 필요한 전염병 대응을 지금까지의 자연재해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려고 했던 것이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의 무능과는 상관없이 일본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준수하고 평소 청결을 유지하는 습관 등으로 ‘자의 반 타의 반’ 협조한 결과”라며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가 아베 총리를 “정치적 운(運)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한 이유다.
‘악몽의 시간’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이합집산…野 존재감 상실
이 교수는 아베 총리가 8년째 장기집권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의원내각제를 꼽았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의원내각제, 즉 여당 당수가 수상이 되는 제도다”라면서 “국민의 뜻과 여론이 아닌 집권여당인 자민당 내 권력투쟁과 힘의 균형에 의해 지도자가 정해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의 지지율이 한 자리 수밖에 안 되는 지리멸렬한 상황”이라며 “이번 코로나19로 아베정권이 무너진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자민당 내 ‘총재’가 바뀌어 수상이 바뀌는 것이지 여야가 뒤바뀌는 정권 교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무능과 독선에도 불구, 야당이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 교수는 “과거 민주당이 집권한 3년 3개월을 자민당을 비롯한 언론에서는 ‘악몽의 시간’이라고 자주 비판한다”며 “야권은 야권대로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을 반복한 결과, 선명성을 잃고 ‘그놈이 그놈’이라는 인식을 만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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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뚜렷한 2인자 없이 ‘아베 1강(强)’ 체제가 무너지면 파벌정치가 부활할 것이란 게 이 교수의 판단이다.
이 교수가 자민당 내 유일한 반(反) 아베파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포스트 아베’ 1순위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 중의원 의원이 차기 정권을 잡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그는 “이시바 의원을 경계하는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주류 세력들의 반발은 아베 총리가 퇴진한다고 해서 이시바 의원의 등장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설사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이후 정계 은퇴를 한다고 하더라도 ‘포스트아베’로서 현재 가장 유력한 인물은 친(親) 아베 세력으로 분류되는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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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와세대 대학 석·박사 △2002년 4월 중앙학원대학 법학부 전임강사 △2010년 중앙학원대학 교수 취임 △2018년 4월 중학학원대학 법학부 학부장 취임 △2018년 ‘도쿄 30년 일본 정치를 꿰뚫다’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