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기다림 끝 출범한 공수처…7100명 고위공직자 감시 중책 맡았다

1996년 참여연대 부패방지법 입법 청원 후 25년 만
文까지 3명의 대통령 공약…막강한 권력 쥐고 탄생
세심함 떨어지는 법안에 '정권사수처' 우려도 강해
김진욱 '국민' 33번 외치며 정치적 중립성 거듭 강조
  • 등록 2021-01-21 오후 6:17:52

    수정 2021-01-21 오후 9:32:30

[이데일리 남궁민관 이성웅 하상렬 기자]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비리를 수사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5년에 걸친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출범했다. ‘살아있는 권력’을 감시한다는 그 본연의 취지에 더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개혁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검찰 견제의 역할까지 더해지면서 출범 닻을 올린 공수처를 기대하는 목소리는 높다. 반면, 공수처의 막강한 권한에 비해 세심하지 못했던 입법 과정으로 또 다른 무소불위의 권력이 탄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만큼,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이 짊어진 과제 역시 산적하다.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5년만 역사적 출범…7100명 감시 중책 맡았다

공수처는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김 처장의 취임식과 현판 제막식을 진행하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이번 공수처 출범은 1996년 참여연대가 여·야 국회의원 151명과 시민 2만여명의 서명이 담긴 부패방지법 입법 청원서를 제출한 데에서 비롯, 25년만에 이뤄진 ‘헌정사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공수처 또는 이와 비슷한 개념의 기구 설립을 공약으로 내놓은 대통령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 세 명에 이르는 마당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출범된만큼, 여러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의 갖은 부정부패 비리에 매번 실망해야 했던 국민들에게 이른바 ‘권력형 비리’ 척결이라는 기대감이 강하게 흐른다.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이 정한 공수처의 권한은 실제로 매우 강력하다.

우선 조직은 공수처장과 차장 각 1명과 이를 포함한 수사처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으로 구성된다. 수사 대상은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3부 요인’을 비롯해 입법, 사법, 행정부에 걸쳐 3급 이상의 고위공무원과 그 가족들이 모두 올라있다. 숫자로 보면 고위공직자 7100여명이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며, 이중 판·검사만 5600여명에 이른다.

특히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며,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할 경우 이에 응하도록 규정한다.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는 철저히 독립성을 보호받으며, 대통령 역시 공수처 관련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는 물론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 행위가 금지돼 있다.

◇‘국민’으로 채운 초대 처장 일성…물음표, 느낌표로 바꿀까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공수처인만큼 우려 역시 강하다. 공수처장과 차장, 또는 수사처 검사 일부의 정치적 편향성으로 오작동할 경우 이른바 ‘정치검찰’ 이상의 ‘정권사수처’가 될 것이라는 불안한 시선이 적지 않다. 입법에 급급해 적절한 권한 통제장치를 세심히 마련하지 못한 공수처법은 물론 공수처 내 내부 규정 보완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흘러나오는 이유다.

김 처장 역시 취임사에서 총 33번 ‘국민’을 외치며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독립된 공수처를 만들겠다며 우려 불식시키기에 집중했다.

김 처장은 “권한을 맡겨주신 국민 앞에서 항상 겸손하게 자신의 권한을 절제하는 ‘성찰적 권한 행사’를 할 것”이라며 “수사와 기소라는 중요한 결정을 하기에 앞서서 이러한 결정이 주권자인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결정인지, 헌법과 법, 그리고 양심에 따른 결정인지 항상 되돌아보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는 법 앞에 평등과 법의 지배의 원리를 구현하고, 여당 편도 아니고 야당 편도 아닌 오로지 국민 편만 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수사와 기소라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누구도 가지 않았던 이 길에 도전하면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과 함께 이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고 거듭 국민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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