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폭락에 '서킷브레이커' 발동…코로나·유가 '더블 쇼크'(종합)

문 열자마자 3대 지수 7%대 폭락…15분간 거래 중단
뉴욕연은, 레포 거래한도 확대 등 유동성 공급 조치
  • 등록 2020-03-09 오후 11:57:09

    수정 2020-03-10 오전 1:02:26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 뉴욕증시가 9일(현지시간) 개장 이후 폭락세를 보이면서 주식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사태를 겪었다. 코로나19 확산 공포와 국제유가의 폭락이라는 ‘쌍끌이’ 악재가 뉴욕증시 3대 지수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분석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이날 오전 9시30분 개장과 함께 폭락하더니 약 4분 만에 거래가 중단됐다. 주가가 과도하게 등락하는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인 서킷브레이커가 걸린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884.88포인트(7.29%) 폭락한 2만3979.90에 거래가 중단됐으며, 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208.16포인트(7.00%)와 588.18포인트(6.86%) 폭락한 2764.21과 7987.44를 기록한 시점에서 거래가 중단됐다.

시장에선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공포가 그 어느 때보다 팽배했다. 미 존스홉킨스 대학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는 56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6일 밤 기준 300명 수준이었던 데서 거의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사망자는 22명이었다. 금융 중심지인 뉴욕주(州)에선 감염자 100명을 돌파, 워싱턴주(137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감염자를 보유한 주가 됐다.

유가 폭락이라는 새 악재도 덮쳤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공조체제’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지난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은 추가 감산은 물론 이달 말 종료 예정인 기존 감산합의 연장에도 합의하지 못했다. 이에 사우디는 다음 달부터 증산에 나서겠다고 선언했고, 브렌트유는 국제원유시장에서 30%나 폭락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도 27% 떨어졌다. 이 같은 가격 변동 폭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최대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주요 산유국들이 유가 폭락을 감수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 위한 ‘유가 전쟁’이 시작됐다고 표현했다. 현재 WTI·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대비 20%대 폭락한 상황에서 거래 중이다.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자,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성명을 통해 하루짜리(오버나이트)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거래 한도를 오는 12일까지 기존 1000억달러에서 1500억 달러로 확대한다고 밝힌 것이다. 기간물 레포 한도도 기존 200억달러 수준에서 450억달러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뉴욕 연은은 “(은행들의) 준비금이 충분히 유지되고 정책 시행에 역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융시장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 불안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서킷브레이커 이후 15분 만인 이날 오전 9시49분께 뉴욕증시는 다시 개장했지만, 3대 지수는 여전히 5~6%대의 폭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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