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현재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19% 수준으로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사실상 ‘여성의원 할당제’를 도입해 정치영역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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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안은 국회의원 선거 및 지방의회의원 선거 후보자 추천 시 공천할당제를 비례 의석뿐 아니라 지역구 의석에도 의무화하고, 특정 성별이 전체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어 선거를 통해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당의 책무임을 천명하고, 각 정당이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각 정당 대표에게는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시 여성의 동등 참여를 보장하고 이행 방안 등을 당헌·당규에 명시하라고 했다. 주요 당직자의 직급별 성별 통계를 구축해 공개하고, 당직자·당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의회에 대한 내용을 교육하고 여성 정치인 발굴 및 육성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평균 여성 의원 비율은 25.6%이며, 지역별로는 북유럽 국가 44.5%, 아메리카 32.2%, 유럽(북유럽 제외) 29.1%, 아시아 20.8%였다.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9.0%로 세계 평균뿐 아니라 아시아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여성은 비례의석 차지 비율이 59.6%로 현저히 높지만, 지역구는 전체 지역구 의석의 11.5%에 불과하다.
이번 권고 건은 지난해 말부터 인권위 상임위원회에 여러 차례 상정됐으나 의결되지 못했으며, 이날 전원위원회에서 3개월 만에 결정됐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을 포함한 전체 위원 11명이 2시간가량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은 결과 9명 찬성, 2명 반대로 가결했다.
한편, 여성단체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이날 인권위 전원위원회 개최에 앞서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지금의 한국 정치는 차별과 혐오의 언어를 동원해 여성과 소수집단의 기본적 권리와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이러한 배제의 정치가 가능한 것은 소수 기득권 남성집단이 정치적 대표성을 과도하게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할당제만으로 성평등 의회와 정치는 완성되지 않지만, 할당제 없이 성평등 의회와 정치는 시작될 수 없다”며 “할당제는 남성 중심의 정치질서를 성평등한 정치로 변화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자 조치”라고 권고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