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독점 지위 폐지…"인증시장 경쟁 토대 마련"

국회 본희의서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 통과
공인·사설 꼬리표 떼고 경쟁…생체인증·블록체인 등 활성화 기대
업계, 시행령서 과감한 규제완화 요구…"평가·인정제도 명확한 기준 필요"
  • 등록 2020-05-20 오후 5:54:08

    수정 2020-05-20 오후 9:35:55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21년 만에 공인인증서의 독점 지위가 폐지됐다. 공인·사설 인증이 동등하게 경쟁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면서 생체인증, 블록체인 등 다양한 전자서명 수단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20대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공인인증서 독점 효력을 폐지해 다양한 인증서비스 기술 활성화를 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공인인증서는 지난 1999년 도입된 이후 정부와 공공기관 등에서 독점적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발급 절차가 까다롭고 각종 플러그인을 요구해 보안취약점을 노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2015년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을 폐지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공인인증서 폐지를 대선 공약을 내걸은데 이어 2018년 정부가 직접 법안을 발의해 공인인증서 독점 폐지를 추진해왔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간 과기정통부 장관의 지정을 받아 공인인증서를 발급했던 금융결제원·코스콤·한국정보인증·한국전자인증·한국무역정보통신 등 5개 발급기관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기반의 카카오페이 인증, 이동통신 3사와 핀테크 보안기업 아톤이 함께 서비스하고 있는 PASS인증서 등 모두 공인 혹은 사설 인증 꼬리표를 떼고 `전자서명`이라는 동일한 이름 하에 경쟁을 펼치게 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굳이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들도 공인인증서를 요구했는데, 법 개정 이후에는 각 기관이나 사업자들이 사용자의 니즈에 맞춰 간편인증이나 생체인증 등의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인인증제도가 폐지돼도 기존의 공인인증서는 다양한 전자서명 수단 중의 하나로 계속 사용될 수 있다. 이미 발급된 공인인증서는 유효기간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그 이후에는 일반 전자서명 중 하나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전자서명 업계에서는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의 수요 확대로 영업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전국은행연합회 주도로 만든 `뱅크사인(Bank Sign)` 등을 비롯해 다수 금융기관이 자체 사설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기반의 `카카오페이 인증`, 이동통신 3사와 핀테크 보안기업 아톤이 함께 서비스하고 있는 `PASS인증서` 등이 사용되고 있다. PASS인증서의 경우 휴대폰 번호나 핀·생체인증으로 간소화한 절차를 내세워 사설인증서 시장 진출 1년 만에 1300만건 이상의 인증서를 발급했고, 카카오페이 인증 서비스도 이달 초 이용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의 소극적 대응으로 인해 사설인증 시장 확대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번 개정안으로 민간 주도의 간편한 사설 인증서가 공인인증서를 대체해 공공서비스에도 적용되면 시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법 통과 이후에도 인증체계 구축 방식, `평가·인정제도` 기준 마련 등 해결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개정안에는 대법원 등기 업무처럼 본인 확인에 대한 신뢰성이나 보안성이 강력하게 요구되는 분야를 위해 평가인정제도를 새로 마련했다. 평가인정제도는 사업자들의 자율에 맡기지만, 업체들 입장에서는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제도를 통해 여전히 공인인증서의 지위를 계속 뒷받침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평가인정제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한다. 공공·민간 영역에서 차별 없이 활용될 수 있도록 시행령에서 과감히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2차관은 “법 시행 전까지 시행령 등 하위법령 개정에 만전을 기하고 제도 변화에 따른 국민 혼란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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