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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27일 예대율 규제비율을 은행은 100%에서 105%로, 저축은행은 100%에서 110%로 각각 완화한다고 밝혔다. 우선 6개월간 완화한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완화 연장을 검토할 계획이다. 예대율은 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이다. 예금액이 100이라면 은행과 저축은행은 그간 대출금을 100 이하로 유지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최소 6개월간 105(은행)~110(저축은행)까지 대출 여력이 확대된다.
또 은행 예대율 산출시 금융중개지원대출이 제외된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은이 은행에 저리로 빌려주는 돈이다. 은행이 이 대출을 받으려면 중소기업 대출 취급 실적 등 요건을 맞춰야 한다. 분자(대출금)에서 금융중개지원대출이 빠지는 만큼 은행은 중소기업 등 대출을 늘릴 수 있다. 금융위는 비조치의견서 발급을 통해 즉시 시행하고 은행업감독규정을 개정해 제도화할 방침이다.
당국이 예대율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은 기업의 자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채권 시장이 얼어붙자 기업은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예대율 규제로 은행이 기업대출을 취급하기엔 제한이 적지 않았다. 은행의 기업대출 확대를 위해 예대율 비율을 완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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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도 은행권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음달부터 내년 1월까지 은행이 한은에서 돈을 빌릴 때 은행채도 담보로 받기로 했다. 현재 한은이 담보로 인정해주는 것은 국채, 정부보증채 등 국공채다. 한은의 이번 조치도 은행의 대출 여력을 키우는데 한몫할 전망이다. 은행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준수하기가 수월해져서다.
LCR은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현금유출액 대비 고(高)유동성 자산의 비율이다. 이 비율이 90%일 경우 30일 이내 100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면 90 이상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때 국공채는 분자(고유동성자산)에 포함되지만 은행채는 반영되지 않는다. 은행이 한은에서 돈을 빌리려면 그간엔 국공채를 담보로 제공해야 했는데 이 경우 LCR이 낮아진다. 앞으론 은행채를 담보로 자금을 끌어올 수 있어 LCR 규제 준수 부담이 완화하고, 그만큼 대출을 확대할 수 있다. 한은은 이번 조치로 은행들이 석 달간 최대 29조원의 고유동성 자산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채 발행 수요가 줄어 채권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국채를 사들이기 위해 별도로 채권을 찍을 필요가 없고, 보유 중인 은행채를 담보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한은 관계자는 “아직까지 불안 심리가 진정되지 않아 불안 완화책이 필요한 것 같아 RP매입을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RP를 매입해 증권사에 유동성을 공급하더라도 통화안정증권(이하 통안채) 발행 등을 통해 풀린 유동성을 다시 흡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존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는 어긋나지 않는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RP금리 일제히 하락...채권시장 환호
채권시장에선 한은의 유동성 공급책에 환호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최대 자금조달 수단인 익일물 RP금리가 27일 3.07%로 전일(3.19%) 대비 무려 12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7일물 RP도 21일까지만 해도 3.22%였으나 이날 3.13%로 하락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정부, 한은이 정책적 노력을 하는 과정이니까 한 번에 안정되긴 어려워도 심리적으로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채권 운용 관계자는 “한은에서 간, 쓸개 빼고는 다 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한은의 조치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RP 무제한 매입, SPV, 금융안정특별대출 등도 재가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