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잃고 외양간 고쳐봐야’…사과·해명에도 주가 '날개잃은 추락'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 사퇴에도 52주 신저가
기자회견 열고 주가방어 '안간힘'도 속수무책
신라젠도 휴일 기자회견에도 3거래일 하한가
"보여주기 해명 염증…진정성 있는 사과 먼저"
  • 등록 2019-08-12 오후 7:13:32

    수정 2019-08-12 오후 8:41:26

[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주가 급락을 막기 위해 기업들이 사과와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주가 방어는커녕 도리어 추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휴일 기자회견까지 불사하며 안간힘을 써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평가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주주와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발 빠른 대처와 진정성 어린 반성, 재발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추가 급락 막자…휴일 사과·해명에도 주가 뚝뚝

윤동한 한국콜마(161890) 회장은 지난 11일 서초구 내곡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모든 책임을 지고 회사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로 한일 갈등이 격화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가 한일 문제 관련 처신으로 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윤 회장은 지난 7일 임직원 700여명을 대상으로 극보수 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게 해 논란이 일었다.

윤 회장이 휴일에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한 배경에는 한국콜마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과 주가 하락을 막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콜마는 지난 9일 4.88% 급락한 4만7750원에 장을 마치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장이 열리는 월요일 이전에 사태를 수습하고 주가 하락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회장의 사퇴에도 한국콜마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78% 하락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장중 4만5850원까지 떨어지며 하루 만에 52주 신저가를 새로 작성했다. 한국콜마가 주춤한 사이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 개발생산) 업체인 한국화장품(123690)한국화장품제조(003350)가 각각 9.20%, 10.40% 오르면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윤 회장의 사퇴가 사태 진정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사태가 진정되면 복귀하는 전례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윤 회장과 아들인 윤상현 총괄사장이 한국콜마의 최대주주인 한국콜마홀딩스(024720) 주식 45.61%(818만2008주)를 보유하고 있어 주요 의사 결정에서 어느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주주들이 냉랭하게 반응한 이유로 꼽힌다.

보여주기식 기자회견 염증…진정성 없다 지적도

한 주전인 이달 4일에도 문은상 신라젠(215600) 대표가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바이러스 기반 항암제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에 대한 조기 종료를 밝히고 수술 전 종양 크기를 줄이는 ‘술전요법’ 등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신라젠은 금요일(2일) 장 시작 전 올린 임상3상 종료 공시에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하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다급해진 신라젠은 일요일에 기자설명회를 열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바이오 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면서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얻어맞았고 시가총액 1조원대로 주저앉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상 기대감에 주가가 고공 행진을 하던 시기 문 대표 보유 주식과 특별관계자인 매도 물량까지 합쳐 총 2000억원 이상을 현금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여주기식 기자회견은 회사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천억대 차익 실현과 최대지분 보유 등이 알려진 상황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사과나 해명을 한다고 해서 사태 수습으로 이어지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시나 보도 이전에 회사 측에서 이미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텐데도 일이 터지고 나서야 기자설명회를 여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발 빠른 대처와 설명, 진심 어린 사과,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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