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덕에 사상최대 10조 순이익 낸 한은…정치권 "고통분담 지원해야"

정부 세입 예산 대비 8000억 초과..4차 재난지원금 활용
법정적립금, 순익의 10%로 낮춰..`코로나` 극복하자는 여당
이주열 "적립금 잔액 17조원, 자산의 3.2%..5%는 돼야 안정적"
  • 등록 2021-03-03 오후 4:16:23

    수정 2021-03-03 오후 9:19:14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작년 코로나19 속에서도 세전 순이익이 10조원을 첫 돌파,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은 순이익의 70%는 정부에 귀속되는데 예상보다 8000억원을 더 벌어 4차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은 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만큼 한은 법정적립금을 줄여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지원금으로 보태라는 정치권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현재 적립금 잔액은 17조원으로 총 자산의 3% 초반 수준으로 한은이 내부적으로 정한 적정 적립금보다는 적다.
(출처: 한국은행)
◇ 美국채 가격 상승에..세전 순이익 첫 10조 돌파


한은에 따르면 작년 한은의 세전 당기순이익은 10조2000억원, 세후 당기순이익은 7조 3700억원을 기록,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다. 세후 기준으로 전년보다 2조 600억원가량 순이익이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영향에 미국 국채 등 해외 국채 가격이 상승하면서 외화자산 매매차익 등이 증가한 영향이다. 반면 한은 역시 작년 5월 기준금리를 연 0.5% 수준으로 사상 최저치로 끌어내리면서 통화안정증권 발행시 이자 비용은 감소했다.

한은은 세후 당기순이익의 30%를 한은법에 따라 법정적립금으로 의무적으로 쌓아둬야 한다. 또 매년 340억원 가량은 임의적립금으로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에 출연한다. 그런 후 남은 순이익의 약 70% 가량을 정부 국고로 귀속한다. 작년 한은이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함에 따라 정부에 귀속되는 한은의 이익금이 세입 예산보다 8159억원 가량 늘었다.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이 돈을 4차 재난지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출처: 한국은행)
여당 “법정적립금 17조원 풀어라” vs 한은 “내부 기준보다 미달”

문제는 한은 내에 적립금이 늘어나면서 이 돈을 활용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요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법정적립금 잔액은 17조원 수준으로 총 자산(작년말, 539조원)의 약 3.2% 규모다. 한은 내부에선 적정 법정적립금을 총자산의 5%로 책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한시적으로라도 현재 법정적립금을 풀거나 순이익중 법정적립금 출연비율을 10%로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은의 순이익금, 적립금이 쌓여가고 있다. 한은이 적극적인 마음을 갖고 한시적으로 국난 극복에 동참하라”며 한은 법정적립금 출연비율을 당기순이익의 30%에서 10%로 낮추는 한은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2011년 법정적립금 출연비율을 10%에서 30%로 높인 바 있다. 같은 당 고용진 의원도 “저물가, 저금리로 인해 한은의 이익이 늘어났다”며 “ 3년 정도 한시적으로 법정적립금을 줄이거나 법정적립금 출연비율을 10%로 낮추는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원들과 논의해보겠다”면서도 “법정적립금은 손실보전용으로 적립하는 것인데 외환보유액이 4400억달러로 커지면서 손실 변동폭이 크다. 한 번 적자가 나면 수 조원씩 난다. 국제금융시장 상황이 바뀌어서 대규모 적자가 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국민들이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한은은 2004~2007년까지 4년 연속 당기순적자를 기록, 2007년말에는 법정적립금이 1조5000억원 가량 밖에 남지 않았었다. 이 총재는 “2000년대 중반 적립금이 고갈돼 중앙은행 신인도가 낮아지고 통화정책 운용에 제약이 생긴 바 있다”고 설명했다.

올 1월까지만 보면 177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작년 1월(844억원 적자)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에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말을 믿지 않고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씨티그룹은 현 상황을 ‘긴축 없는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증시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국채 금리가 단기간에 급등하는 현상들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비해 한은도 상반기 중 5조~7조원의 국채를 단순 매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금리가 상승,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국채 가격 등이 하락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계속된 순이익 증가세를 담보하기 어렵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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