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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문이과 통합’을 내세웠지만 대학별로 선택과목을 특정할 수 있어 기본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상위권 대학들은 지난 5월 2022학년도 자연계열 응시 조건으로 미적분·기하·과학탐구 등을 제시했다.
국어·수학 공통과목 75%, 선택과목 25% 출제
교육부는 12일 2022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지난해 8월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의 후속 조치다. 문·이과 통합이 골자인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된 수능으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크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문이과 통합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교육과정은 국가적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교육내용을 큰 틀에서 규정한 것으로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대입제도와 수능도 바뀐다. 내후년에 치러질 2022학년도 수능은 이런 취지를 살려 국어·수학이 ‘공통+선택과목’ 형태로 바뀐다. 현행 국어·수학은 별도 선택과목이 없지만 적성과 진로를 살린 과목 선택권 보장을 위해 선택과목을 넣었다. 교육부는 영역별 변별력을 유지하면서도 선택과목 취지를 살리기 위해 공통·선택과목 비중이 각각 75%, 25%가 되도록 수능문제를 출제하기로 했다.
탐구영역에서도 인문·자연계열 구분이 사라진다. 총 17개의 탐구 과목 중 2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사탐 9과목(생활과윤리·윤리와사상·한국지리·세계지리·동아시아사·세계사·경제·정치와법·사회문화)과 과탐 8과목(물리Ⅰ·화학Ⅰ·생명과학Ⅰ·지구과학Ⅰ·물리Ⅱ·화학Ⅱ·생명과학Ⅱ·지구과학Ⅱ)중 문이과 구분 없이 2개 과목 선택이 가능하다.
◇ 수학·과학 선택과목 지정
서울 주요 대학들이 자연계열 모집에서 수학·과학 선택과목을 별도로 지정한 것도 과목 쏠림 현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 상위권 대학을 비롯해 4년제 대학 21곳은 지난 5월 2022학년도 수능 선택과목 지정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2학년도 수능에서 경희대·고려대·서강대·서울과기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 등 9개 대학은 자연계열 전형에서 수학 선택과목인 `기하` 혹은 `미적분` 중 1개를 반영하기로 했다.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은 이들 대학에 지원할 수 없다. 또 경희대·고려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인천대·중앙대·한양대(ERICA) 등 9개 대학은 자연계열 전형 탐구영역에서 과학과목 2개를 선택과목으로 지정했다.
상위권 대학들이 선택과목을 특정하면서 2015 교육과정의 취지인 문이과 통합이 무색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현재 이과 학생들의 경우 서울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과탐에서 2과목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문이과 통합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들에서 선택과목 지정 등 구체적 세부계획을 조속히 발표해야 수험생들의 혼란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도 “인문계열은 선택과목 지정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자신 있는 과목을 미리 선택해 준비하면 될 것”이라며 “자연계열에서는 아직 선택과목을 발표하지 않은 대학 중 상위권 대학의 발표를 따라가는 대학이 많을 것으로 보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