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첫 대형 M&A…다케다제약 亞太권리 3324억에 인수

韓 포함 9개 시장·18개 제품 특허·상표·허가·판매권 확보
4분기 인수 완료…당뇨·고혈압 ‘만성질환 치료제’ 국산화
고부가가치 케미컬 제품군 갖춰…2030년 11兆 시장 겨냥
셀트리온제약·헬스케어 판매…글로벌 제약·바이오社 도약
  • 등록 2020-06-11 오후 7:48:38

    수정 2020-06-11 오후 7:47:39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셀트리온(068270)이 다국적 제약사 다케다제약(Takeda Pharmaceuticals International AG)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제품군에 대한 권리·자산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글로벌 케미컬의약품 사업부문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셀트리온의 첫 번째 대형 인수·합병(M&A) 건이다.

인천광역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셀트리온 본사 전경. (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이 다케다로부터 사들이는 사업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프라이머리 케어(Primary Care)’ 분야다. 이번 계약으로 한국·태국·대만·홍콩·마카오·필리핀·싱가포르·말레이시아·호주 등 9개 시장에서 판매 중인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 브랜드 18개 제품의 특허·상표·판매에 관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셀트리온은 해당 사업부문을 총 3324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는 싱가포르 자회사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기업결합신고 등 각 지역 관계당국의 승인 과정을 거쳐 올해 4분기 내 사업 인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당 제품군은 아태지역에서 2018사업연도 기준 1억4000만달러(한화 약 17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앞으로 한국과 동남아시아·호주 시장에서 각각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제약(068760)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를 통해 판매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기술이전後 셀트리온제약 생산…국내외 공급

셀트리온이 매입하는 제품군에는 글로벌 개발신약인 네시나, 액토스(당뇨병 치료제), 이달비(고혈압 치료제) 등 전문의약품과 화이투벤(감기약), 알보칠(구내염 치료제) 등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일반의약품도 포함돼 있다. 이 중 네시나와 이달비는 각각 오는 2026년과 2027년까지 물질 특허로 보호돼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셀트리온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항암제 등 그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해온 바이오의약품 제품군에 강력한 케미컬의약품 제품군을 보강하면서,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셀트리온은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고자 당분간 다케다 제조사를 이용할 계획이다. 향후 기술이전 과정을 거쳐 셀트리온제약의 cGMP(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생산시설에서 이번에 인수한 주요 제품을 생산해 국내 및 해외에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셀트리온은 높은 국내 수요에도 다국적 제약사들의 과점으로 인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치료제를 국산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은 “국내 당뇨 및 고혈압 환자는 1700만명에 이르고 만성질환을 3개 이상 보유한 환자도 전체 고령인구의 60%를 넘어서는 등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이번 거래로 고품질 국산 오리지널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원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국가의료재정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다케다 아·태 제품권리 매수 배경을 설명했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셀트리온)


기우성 “당뇨·고혈압 포트폴리오 빠른 시일 완성”

이번 거래는 셀트리온의 성장전략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셀트리온은 다국적 제약사인 다케다의 전문의약품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해당 제품군을 아태지역 시장에 조기 안착시킬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일반의약품 제품군을 확보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보다 친숙한 브랜드로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지난해 아태지역 당뇨병 및 고혈압 치료제 시장 규모는 각각 3조원과 2조76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30년에는 총 11조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R&D 역량을 토대로 개량신약 및 인슐린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신약 파이프라인을 도입해 당뇨·고혈압 제품 포트폴리오를 빠른 시일 내에 완성할 방침이다. 셀트리온은 기존에 추진 중인 미국 및 글로벌 조달시장 진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기 부회장은 “이번 다케다 아태지역 제품군 인수는 외국계 제약사에 의존하던 당뇨·고혈압 필수 치료제를 국산화해 초고령 사회에서의 국민보건 및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이바지함은 물론, 셀트리온이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 회사로 올라서는 성장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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