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호주'로 몰리는 사연

국내 바이오업체들 해외임상국가로 호주 선호
지놈앤컴퍼니,고바이오랩, 천랩, 제넥신,이수앱지수등
연구비 45% 세금감면 혜택이 가장 큰 매력
  • 등록 2020-04-28 오후 5:38:26

    수정 2020-05-07 오후 3:14:03

[이데일리 류성 기자] 최근 신약개발을 위한 해외 임상시험 국가로 ‘호주’를 선택하는 국내 바이오 업체들이 늘고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호주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한 고바이오랩, 천랩(311690), 제넥신(095700), 대웅제약(069620), 이수앱지스(086890), 파멥신(208340) 등이 대표적이다. 천랩과 지놈앤컴퍼니는 아예 호주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업계는 “파격적인 연구개발 비용에 대한 세금혜택”을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임상시험 국가로 호주를 선호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호주 정부는 임상시험을 포함한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 최대 45%까지 세금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정책을 펴고있다. 이 세금우대 정책으로 호주에서 임상시험을 할 경우 임상비용을 세계 최대규모 임상시험국가인 미국에 비해 절반 정도로 낮출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호주 정부는 연매출 기준 2000만달러 이하인 바이오벤처의 경우 수익을 못냈을 경우 연구개발비의 45%를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정책을 실시하고있다. 만약 수익을 냈을 경우에도 연구비의 45%를 세금으로 상쇄해준다. 연매출 2000만달러 이상인 바이오기업에게는 손실이나 수익이 난 것과 관계없이 연구비의 40%를 세금으로 상쇄해준다.

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는 “연구비의 45%까지 세금감면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자금력이 넉넉하지 못한 바이오벤처들이 연구개발을 원활하게 수행하는데 있어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대표는 “호주에서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끝마치면 미국이나 유럽등 해외 시장을 진출하는데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고바이오랩은 올해 초 호주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에 대한 임상1상을 끝마치고 현재는 알레르기성 질환 치료제에 대한 임상1상을 현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내 대표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이다.

호주의 독특한 임상시험 인허가 제도도 국내 바이오업체들의 발길을 유혹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식약처가 임상시험 승인제도를 운영하는 데 비해 호주 의약품관리청은 임상시험 신고제도를 근간으로 한다.

임상시험을 하려는 바이오기업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의약품관리청에 신고만 하고 임상시험을 시작할수 있다. 호주 정부는 신속한 임상시험을 위해 이 제도를 지난 1991년에 도입했다.

천종식 천랩 대표는 “호주에서는 임상단계별로 까다로운 정부 허가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전문가들의 승인만 받으면 임상시험을 신속하게 할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바이오업체에게는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호주 시드니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 천랩은 항암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호주 현지에서 내년에 시작할 예정이다.

여기에 효과적 임상시험을 수행할수 있는 최첨단 연구 인프라도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호주를 최선호 임상국가로 꼽는 배경이다.

호주에는 40여개 대학과 50개 이상의 독립적인 의학 연구 병원이 상존하고 있다. 특히 이들 병원 대부분은 다수의 주요 대학, 연구 기관 및 실험실 등과 연계되어 있어 효과적인 임상시험을 할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호주는 국내에서는 관련 규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임상시험을 할수 없는 일부 신약에 대해 임상을 할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도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호주를 찾는 배경이다.

예컨대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대표적이다.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및 유전정보)을 활용한 신약은 새로운 영역이어서 한국 식약처는 아직 이 분야에 대한 임상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국내 대표적 마이크로바이옴 업체들인 천랩,고바이오랩은 모두 호주에서 임상시험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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