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3대 통신사 퇴출' 전격철회…바이든式 예측가능성(종합)

NYSE "규제당국과 추가협의 거쳐 결정"
나흘 만에 뒤집어…바이든 '의중' 담긴 듯
퇴출 면한 中 3개 통신사 주가 5~8% 급등
벌벌 떨고 있던 '中 3대 석유사'도 안도
  • 등록 2021-01-05 오후 5:00:07

    수정 2021-01-05 오후 5:00:07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미국이 중국 3대 통신사를 뉴욕증시에서 퇴출하기로 한 결정을 불과 나흘 만에 뒤집었다. 월가(街) 투자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대중(對中) 강경책은 밀어붙이되, 예측 가능한 선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의 의중이 담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 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이날 관련 규제 당국과 추가 협의를 거쳐 이렇게 최종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NYSE는 구랍 31일 성명을 내어 “이달 7∼11일 사이에 차이나모바일·차이나텔레콤·차이나유니콤 등 3대 통신사의 주식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중 간 갈등 속에 중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하겠다는 방침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애초 NYSE의 방침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군(軍)과 연계된 기업에 대해 미국인들의 투자를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따른 조처였다.

이미 미 국방부가 이들 3개 국영 통신회사를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 리스트에 올린 바 있는 만큼 NYSE로는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은 이들 3대 통신사에 대해서만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가해줬었다. 이 중 덩치가 가장 큰 차이나모바일은 지난 1997년 뉴욕증시에 처음 상장하며 중국 국유기업의 해외증시 상장 길을 연 바 있다.

이에 중국은 전방위적으로 반발했었다. 중국 외교부는 “무작위로 자의적이며 불확실한” 규칙에 근거해 “현명하지 않은 조치”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중국 상무부도 “국가 안보를 남용하고 국가 권력을 동원해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행위는 시장 규칙에 부합하지 않으며 시장 논리에 위배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NYSE는 이날 입장 번복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오는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투자자들에게 중국 문제에 대해선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퇴출 결정이 급작스레 이뤄지면서 미국 내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는 관측이다. 월가에선 그간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만큼 강도는 세지만, 보다 세련된 방식이 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아왔다.

이로 인해 이날 홍콩 증시에서 차이나모바일·차이나텔레콤·차이나유니콤 등 이들 3개 통신사의 주가는 각각 6%, 5% 8%대의 강세를 보였다. 이들 3대 통신사에 이어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됐던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페트로차이나·중국석유화공 등 중국 3대 국영 석유사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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