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검찰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첩했다. 검찰은 이첩 근거로 현직 검사가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지만, 사건의 핵심인 윤 전 총장이 관여한 정황도 파악하지 않은 채 정치적 부담을 피하고자 서둘러 손을 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씨.(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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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최창민)는 이날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이 윤 전 총장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 현직 검사의 관여 사실과 정황이 확인돼 오늘 공수처에 이첩했다”며 “그 밖에 피고소인들도 중복 수사 방지 등을 고려해 함께 이첩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최 대표 등은 지난 13일 ‘고발 사주’ 의혹 관련해 윤 전 총장과 그의 부인 김건희 씨,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김웅 국민의힘 의원 등 7명에 대해 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공무상 비밀누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선거방해 및 개인정보보호법·공직선거법 위반 등이다.
대검은 즉시 사건을 중앙지검에 넘겼고, 중앙지검은 사건을 받은 다음 날인 지난 14일 공공수사1부에 배당했다. 공공수사1부는 정보통신범죄전담부인 형사12부 소속 검사와, 대검 감찰부에 파견된 적 있는 반부패부 및 공공수사부 연구관 2명을 파견 받는 등 검사 9명 규모의 수사팀을 구성했다.
수사팀은 김오수 검찰총장 지시로 이번 의혹과 관련해 대검 감찰부에서 진상 조사를 진행한 자료 일체를 압수 수색해 확보하고, 디지털 포렌식, 관련자 소환조사 등의 수사를 진행했다. 최근엔 의혹 당시 손 검사의 지휘를 받았던 검사들의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해 휴대전화 등 자료를 확보하기도 했다.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지난 6월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김오수 검찰총장과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공수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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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검찰의 공수처 이첩 조치는 ‘다른 수사 기관이 검사 비위를 발견하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는 공수처법 25조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관여 사실과 정황을 확인했다는 현직 검사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해당 검사는 사실상 최초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 검사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 검사가 그동안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전달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한 것과 배치된 수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발표한 사실 관계만 놓고 보면 윤 전 총장을 제외한 손 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가 어느 정도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며 “혐의가 드러난 이상 공수처에 관할권이 있어 이를 이첩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공수처에 책임을 돌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미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는 사건을 검찰이 중복으로 맡으면서까지 이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를 보였지만, 정작 수사를 해 보니 윤 전 총장에 대한 혐의점을 발견하긴 어려워 손을 뗀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검찰은 이첩 이유로 단순히 검사가 관여한 정황이 있다는 설명만 했을 뿐, 어떤 범죄인지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며 “국민적 관심사인 윤 전 총장의 관여 여부에 대한 소명도 하지 않은 점을 보면, ‘검찰이 봐도 수사가 안 되는구나’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윤 전 총장도 이날 이첩과 관련해 “장기간 (수사)했는데 처음부터 막연한 정황(뿐)이라 (검찰이) 손을 터는 과정에서 그런 것 아니겠냐”며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