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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일가의 사업은 선거 이후 심판에 직면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트럼프가 내년 1월 퇴임하고 나더라도 뉴욕 검찰의 납세 회피, 세금 탈루 및 사업기록 위조 등에 대한 조사가 지속될 것”이라며 “그의 일가가 소유한 기업 트럼프 그룹은 부동산 대출 만기가 도래하면서 재정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퇴임후에도 검찰 수사 지속…추가 수사 가능성도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은 지난해 8월 트럼프와 트럼프 그룹의 8년치 납세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트럼프는 면책특권을 주장하며 연방대법원까지 분쟁을 끌고 갔다. 연방대법원이 지난 7월 검찰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정치적 피해자”라며 여전히 납세자료 제출을 거부해오고 있다. 하지만, 퇴임 후엔 자료 제출 거부 명분이 사라진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9월 트럼프가 손실을 부풀려 과거 11년 동안 연방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고 보도했었다. 또 2016년과 2017년에는 세금을 750달러밖에 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WSJ은 “뉴욕주 검찰이 이미 진행하고 있는 트럼프와 트럼프 그룹의 납세 사기 혐의 관련 2건의 수사는 그가 퇴임한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조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캠페인을 벌이면서 이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는 만큼, 차기 행정부가 탈세 혐의 등으로 추가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그룹은 트럼프 집권 내내 알게 모르게 적지 않은 수혜를 입었다. 예컨대 공화당은 2015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주자로 나선 이후 트럼프 그룹 소유 부동산에 총 2300만달러를 지출했다. 그 이전 5년 동안 20만달러도 되지 않았다는 것과 대비된다. 트럼프가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누릴 수 있었던 혜택이다. 또 당시 트럼프 캠프는 매달 3만7000달러를 임대료로 내고 트럼프타워에 입주해 있었다. 만약 트럼프가 퇴임하고 나면, 이같은 수익은 설사 그가 다음 대선에 다시 도전한다고 해도 당장 사라지거나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 큰 위기는 당장 갚아야 할 빚이다. 미 포브스는 트럼프 그룹이 현재 지고 있는 부채가 10억달러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가 직접 지급 보증에 나선 채무가 4억2100만달러에 달하는데, 이 중 3억달러가량이 향후 4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한다고 WSJ·NYT 등은 전했다. 문제는 대출기관들이 코로나19 위기 이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향후 트럼프와 거래했다가 자칫 낙인 찍힐 가능성이 큰 만큼 트럼프가 만기 도래하는 거금을 끌어 모으기 어렵다는 데 있다.
대통령 시절 세계 각국과 불화…결국 부메랑으로
트럼프 그룹 경영진은 해외사업 영역을 넓혀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벌인 일들이 부메랑으도 되돌아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WSJ은 예상했다. 중국의 경우 미중 무역전쟁으로 양측 관계를 훼손시킨 만큼 불신이 크다. 유럽에서도 상표권 독점 사용 등과 관련해 법정 다툼에서 잇따라 패배, 부동산 개발, 도박, 골프 장비, 주류 등 각종 사업에서의 브랜드 활용 능력이 크게 저하된 상황이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퇴임 이후 경영에 적극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2016년 대선 승리 이후 경영권을 그의 아들인 에릭 트럼프와 트럼프 주니어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대신 퇴임 후엔 미디어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전날 측근을 인용, 트럼프가 퇴임 후 보수성향의 새 TV 뉴스채널 또는 소셜미디어(SNS) 기업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지렛대로 2024년 대선 재출마를 준비한다는 게 트럼프의 복안이라고 로이터는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