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7일 ‘린치핀 느슨하게 하기: 중국의 한국 접근’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한미동맹의 ‘린치핀(linchpin)’으로서의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며 “중국은 한국을 미 동맹망의 가장 약한 고리로 보고 있다”고 했다. 린치핀은 자동차 바퀴가 빠지지 않게 꽂는 핀으로, 외교적으로 꼭 필요한 동반자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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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이러한 판단의 배경에는 미중 전략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은 어느 누구의 편에도 노골적으로 선 적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 2016년 7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결정된 후 중국이 경제 보복에 나서자, 한국 정부는 ‘3불 정책(사드 추가 배치·미국 미사일방어체계 편입·한미일 군사동맹 철회)’을 제시하며 중국 달래기에 나섰다.
한국 정부의 균형 외교에 대해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발비나 황 조지타운대 객원교수는 지난 2017년 “최소한 주변 강대국들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상대적 힘을 획득하기 위해 균형을 유지하려는 욕구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동맹 약해진 틈 파고든 중국
뿐만 아니라 미 행정부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더 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미국 내부에서도 한미 공조를 저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중국이 파고든 건 이러한 틈새다. 보고서는 중국이 각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면서 미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한국에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9년 12월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제재 완화 제안이 대표적이다. 북한과의 화해를 우선으로 하는 한국 정부 입장과 달리 미국은 핵무기 개발이냐, 경제 개발이냐를 놓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압박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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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한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미국이 중국 IT기업 화웨이가 미국 기업들에게서 기술을 빼가고 보안을 침해한다며 제재 수위를 높이자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한국의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005930) 등을 모아 중국이 한국의 핵심 파트너인 점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에 따르지 말 것을 경고했다.
보고서는 “동북아에서 미국의 동맹 구축의 중심으로서 한국은 앞으로도 중국의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며 “사드 사례처럼 다양한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해 한국을 더더욱 거세게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 한국의 변수는
미국과 중국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상황. 북한과의 화해는 한중관계의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교착상태에 있는 북미 핵 협상이 앞으로도 지지부진하다면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중국과의 협력에 더 의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라이언 해스 브루킹스 연구소 펠로우는 “한국의 지리와 중국과의 경제적 연대를 감안하면 완전한 한미간 연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동맹국들에 대한 적극적이고 유연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와 미래의 미국 대통령에게도 의무”라며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