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채권은행이 대출을 회수하면서 앞으로 국내외 금융기관의 차입금 상환 압박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쌍용자동차는 새 투자자를 찾고 하반기 신차 2종을 포함해 내년 첫 전기차 등으로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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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대출 담보물건 매각에 상환…외국계 은행에 차입금 상환 ‘부담’
13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는 채권은행 중 하나인 KB국민은행에 87억5만원 규모의 대출을 모두 상환했다.
쌍용차는 국민은행으로부터 일반 시설자금 명목으로 대출을 위해 담보로 잡은 쌍용차 구로정비사업소가 매각되면서 상환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지난 2분기 이후 쌍용차 채권단에서 빠졌다.
하지만 외국계 금융기관들로부터 빌린 대출금이 더욱 커 유동성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분 75%를 쥐고 있는 대주주인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투자자를 찾으면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낮춰 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진행한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마힌드라의 지분율이 50% 미만으로 떨어뜨릴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힌드라의 지분율이 50% 아래로 내려가면 외국계 은행들의 차입금 상환 문제가 불거진다. 외국계 은행들의 차입금에는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51%를 초과해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쌍용차가 지난 3월 공시한 분기보고서 따르면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3899억3296만원이다. 이 가운데 JP모건,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외국계 금융권의 차입금이 상당하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경영권을 내려놓으면 외국계 은행들이 쌍용차에 즉시 대출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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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투자자 시급…내년까지 신차 4종 투입
또 오는 14일 마감을 앞둔 반기보고서에서 쌍용차의 유동성 위기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삼정회계법인은 쌍용차의 기업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1분기 재무제표에 대한 검토의견을 ‘거절’로 표명했다. 반기까지 의견 거절이 이어지면 상장사인 쌍용차는 관리종목 지정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다. 새로운 투자자가 정해지면 채권단과 함께 외국계 은행들의 차입금 문제를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지리자동차와 BYD 등 중국 업체들과 중국 체리차가 지분을 가진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쌍용차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쌍용차는 하반기에 2종의 신차로 판매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쌍용차가 올해 하반기에는 ‘G4 렉스턴’ 부분변경 모델과 티볼리의 롱바디 버전인 ‘티볼리 에어’를 내놓는다.
신차 투자도 이어간다. 내년 상반기에는 코란도를 기반으로 한 준중형 SUV 전기차(프로젝트명 E100)를 선보일 예정이다. 쌍용차가 처음으로 출시하는 전기차로 차명은 코란도 e-모션(Korando e-Motion)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국내 전기차 시장에는 소형 SUV만 있었는데 국내 첫 준중형 전기 SUV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 하반기에는 중형 SUV(프로젝트명 J100)을 출시할 예정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쌍용차의 경영상황은 코로나19로 더욱 힘들어진 측면이 있다”며 “SUV만을 전문으로 연구·개발한 저력은 여전해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지원받는다면 ‘SUV 명가’로서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