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광역시가 기초자치단체와 사업비를 공동 분담해 진행하는 ‘마을주택관리소 사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주택관리소란 소규모 주택, 빌라 등 밀집지역에 ‘아파트관리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인천시는 지난 2015년부터 8년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가이드라인 조차 없어 ‘있으나 마나 한 사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행·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토대를 구축하고 지원대상과 규모, 절차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부평 마분리마을 마을주택관리소 내부 모습. (자료=마분리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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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5년부터 기초자치단체와 사업비를 50%씩 분담해 마을주택관리소(관리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인천 10개 군·구 중 옹진군을 제외한 9개 군·구에서 관리소 29곳이 문을 열었지만 상당수가 ‘개점휴업’ 상태다.
인천연구원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인천지역 단독주택 중 건축 20년 이상이 약 72%, 다세대·연립주택은 90%에 달하는 등 노후화가 심각해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도심에서 떨어진 저층 노후주택의 성능 개선을 위해 군·구 등 지자체의 직접 지원이 시급함에도 지원은커녕 8년째 이어온 사업이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일부 지자체 관리소는 근무자가 없어 문을 닫거나 지원금이 부족해 관리소 근무자가 사비로 물품을 사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기초단체는 사업비를 남겨 인천시로 반납하거나 구의회가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근무자 인건비 등 지원이 끊겨 사실상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실제로 부평구는 올해 시비 4250만원, 구비 4250만원 등 전체 8500만원을 마련해 관리소 7곳을 운영하려고 했지만 구의회가 5000만원을 삭감해 사업비가 3500만원으로 줄었다. 부평지역 관리소는 올해 인력 지원이 중단돼 대부분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는 부평구 공공근로·신중년 일자리 사업 등으로 인력을 제공했지만 올해 인력이나 인건비 지원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 부평 마분리마을 마을주택관리소 내부 모습. (자료=마분리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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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구도 동춘동과 연수동에서 관리소 2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 근무자가 없어 문을 잠가놨다. 주민에게는 안내조차 하지 않았다. 부평 관리소 관계자들은 “상근할 직원이 필요한데도 부평구는 이를 방치해 엉망이 됐다”며 “구의원들은 관리소의 중요성을 모르고 예산을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또 “부평구는 2020년 사업비 6000만원 중 2300만원을 집행하지 않았다”며 “현장에서 물품·인력이 부족한데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부평구 관계자는 “관리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공공근로자 선발 방안을 찾겠다”고 언급했다. 인천연구원은 도시재생 연계형 집수리지원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담당 부서 지정과 이를 통한 조례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주요 운영기준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재검토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군·구별로 관리소 운영 방식이 다르다”며 “운영이 어려운 곳을 도울 수 있게 군·구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