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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이사를 하려고 알아봤으나 전세 물건 자체가 별로 없었고 매수하려고 해도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다. 연소득 5000만원인 A씨는 기존 신용대출과 카드 대출이 있었던 터라 30년만기 금리를 적용해도 2억5000만원 이상 대출을 받기 어려웠다.
원래 살던 동네에 머물기 위해서는 대출자금 3억원 이상 대출이 더 필요했지만, DSR 규제에 걸려 대출 받기가 쉽지 않았다. 추가로 전세자금 대출을 알아보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우대금리 혜택이 상당 부분 축소됐다는 것을 알았다. 결과적으로 연초대비 더 높은 금리를 내야하면서 대출금액은 줄었다.
은행들 가산금리 연초대비 상승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줄이고 고신용자들에게 적용하던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있다. 코픽스나 단기 은행채 금리 등은 내려가는데 최종 대출 금리 올라가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전에 서둘러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는 모습이다.
은행연합회가 각 은행들에 받아 추산하는 금리 항목 중 가산금리가 높아지는 현상이 뚜렷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의 가산금리가 오르는 추세를 보였다.
가산금리는 은행 대출 금리 중 기준금리(조달금리)에서 추가로 더해지는 금리를 뜻한다. 은행의 마진 등이 포함된다. 우대금리 폭이 작아질 수록 가산금리는 더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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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1월 가산금리가 2.39%였던 신한은행 주담대 가산금리는 6월 2.48%로 올랐고,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가산금리는 3.41%에서 3.52%로 상승했다.
신용대출도 비슷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각 은행들의 가감조정금리가 연초대비 일제히 떨어졌다. 가감조정금리는 영업점에서 추가로 금리를 더하거나 깎아주는 금리다. 대체로 깎아주는 경우가 많다. 가감조정금리가 축소됐다는 뜻은 ‘은행들의 신용대출 우대금리 항목이 줄었다’라고도 통용될 수 있다.
우대금리 축소, 더 좁아진 대출문
시중은행의 우대금리 축소, 가산금리 상승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달 들어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이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낮췄다.
농협은행은 서울보증보험과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전세대출의 우대금리를 각각 0.2%포인트씩 축소했다. ‘신나는 직장인 대출’과 ‘튼튼직장인대출’의 우대금리는 각각 1.2%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축소했다.
지난달부터 우리은행은 전세자금 상품을 제한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분기별로 한도를 정해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하고 있는데 2분기 설정 전세대출 한도를 모두 소진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DSR 규제를 앞두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축소 압박이 거세지면서 이들 은행들이 우대금리 혜택 줄이기에 나선 것 같다”면서 “대출자 입장에서는 대출 문이 더 좁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지속했던 가계대출 규제 연장일뿐”
다만 최근의 우대금리 축소가 7월 DSR 규제와 상관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당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가계대출 규제를 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 가계대출 잔액은 감소했다. 5월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을 포함한 주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87조8076억원으로 집계돼 전월대비 0.44%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계속해왔던 가계대출 조이기의 일환일 뿐”이라면서 “7월 DSR 규제 시행과 관련해 우대금리 줄이기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