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등장에 대노한 이수만…에스엠 경영권 어디로

카카오, 에스엠 지분 9.05% 확보해 2대 주주로
최대주주 이수만 "위법한 결정, 법적 대응하겠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 요구 수용한 경영진과 갈등
주총 표대결 가나…소액주주 표심 확보 경쟁 예고
  • 등록 2023-02-07 오후 6:05:49

    수정 2023-02-07 오후 7:28:11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사항을 전격 수용하면서 오는 3월 주주총회를 무사히 넘기나 싶었던 에스엠엔터테인먼트(041510)가 다시 큰 격랑에 부딪혔다. 카카오를 대상으로 신주와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지분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하자, 에스엠의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이에 반발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에스엠 경영권을 두고 최대주주와 경영진 간 다툼이 벌어지면서 주총 표 대결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카카오의 에스엠 9.05% 확보에 이수만측 반발

7일 에스엠은 카카오를 대상으로 제3자 유상증자를 실시, 123만주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별도로 전환사채 1052억원어치를 발행해 카카오에 넘긴다.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카카오는 에스엠 보통주 114만주를 확보하게 된다. 전환 후 에스엠 지분율 9.05%를 보유, 단번에 2대 주주로 올라선다.

이날 에스엠은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3자 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각사의 해외 파트너 등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매니지먼트 사업을 추진하고 K-팝 아티스트를 공동 기획하는 등 지식재산권(IP)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도 진행할 예정이다. 또 글로벌 음반, 음원의 제작 및 유통 등 음악 사업과 더불어 다양한 비즈니스를 위해 협업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 2021년 5월부터 에스엠엔터테인먼트를 두고 양대 포탈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분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을 시작한 지 1년8개월 만에 카카오와 손잡는 것으로 결론났다.

에스엠 측은 ‘해피엔딩’으로 끝맺었다고 평가했지만 이날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측이 즉각 자료를 내고 “카카오에 에스엠 지분을 매각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히면서 분위기는 급격하게 냉각됐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최대주주와 행동주의 펀드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회사 지배관계에 대한 영향력에 변동을 주기 위해 제3자에게 신주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를 최대주주와 행동주의 펀드로 규정했지만, 사실상 행동주의 펀드와 손잡은 경영진과의 분쟁이다.

이 프로듀서 측과 경영진간 갈등은 최근 에스엠 소속 가수 겸 배우인 김민종의 공개 반발로 일부 알려졌다. 김민종은 에스엠이 최근 발표한 ‘SM 3.0’ 전략에 대해 “이 프로듀서와 모든 대화를 두절하고 어떤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작별을 고했다”며 “이 프로듀서를 예우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카카오와의 계약을 계기로 최대주주와 경영진간 갈등이 본격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소액주주 표심 누가 잡냐 ‘관건’

갈등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사항을 에스엠 경영진이 전격 수용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에스엠은 오랜기간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었다. 에스엠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에 매년 프로듀싱 용역 등의 비용으로 수백억원을 지급해온 것에 문제제기를 해온 것이다.

이 해묵은 문제를 비롯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자 에스엠은 지난해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조기에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에스엠의 지배구조 개선은 급물살을 탔다. 올들어서는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사항을 전격 수용하는 결정을 내렸고 설 연휴에 이사회를 열어 임시 사외이사추천위원회 구성과 주주환원 정책 의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카카오의 지분확보에 이 프로듀서가 드러내놓고 반발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 올랐다.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와 박영준 사내이사, 지창훈 사외이사 모두 올해 3월26일 임기가 끝나 일부 재선임 안건이 주총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도 논의될 예정이다.

관건은 양측이 어느정도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가다. 작년 3분기 기준 에스엠의 최대주주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로 18.46%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 10월 에스엠 지분 99만여주(4.2%)를 취득한 컴투스는 이 프로듀서측 의결권으로 분류된다.

이에 반해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를 비롯해 에스엠 등기임원들이 보유한 주식은 모두 합쳐봐야 0.66% 수준이다. 그러나 KB자산운용이 5.12%를 보유하고 있고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도 1% 가량인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9.05%를 확보할 경우 현 경영진측 지분율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주식전환으로 발행주식수가 늘어나면 기존 주주의 보유지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8.96%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과 나머지를 갖고 있는 소액주주의 표심이 향방을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측이 강경하게 법적 대응 의지를 밝히면서 소액주주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양측이 위임장 확보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며 “주총까지 양쪽 명분 싸움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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