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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는 지난 2013년 창업한 ‘팀블라인드’가 서비스를 하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로, 이용자는 재직 중인 직장 이메일을 인증해야 글을 남길 수 있다. 회사 직원들끼리 이야기할 수 있어 블라인드는 사내 여론을 모으는 기능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월 대기업 직원들이 잇따라 성과급에 불만을 제기한 사건의 중심에도 블라인드가 있을 정도였다.
익명으로 글을 작성할 수 있는 특징 때문에 그동안 사내 악습이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는 창구 역할도 수행해왔다. ‘미투(Me too)’ 운동 당시엔 직장 상사들로부터 당한 성희롱·성추행을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고, 최근 따돌림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은 카카오(035720)의 인사평가 제도와 관련한 논란도 블라인드 내에서 가장 먼저 불거졌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세대는 앱을 이용해 나를 잘 모르는 낯선 곳에서 비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특성이 있다”며 “주장하는 의견만 같으면 서로 이해해주고 도와주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인데, 편의성과 익명성이 보장되면 블라인드는 계속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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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H 임직원들이 3기 신도시 지정 발표를 앞두고 해당 지역 토지를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올라온 LH 블라인드 게시글은 대중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LH 소속 블라인드 이용자들이 정부·수사기관을 비웃고, 심지어 이번 의혹에 분노하는 시민들을 조롱하는 내용으로 비치는 글을 잇달아 작성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블라인드가 익명 커뮤니티들이 드러내는 문제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익명 커뮤니티에선 이용자 대부분이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고려하지 않는다”며 “커뮤니티가 건전한 논의와 토론의 장으로 발전하도록 게시판 관리자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도 “실명으로 글을 쓰면 글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생각을 하지만, 익명으로 글을 쓰면 무책임하게 글을 쓸 가능성이 크다”면서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어디서든 10%는 일탈적인 사람이 있는 만큼 대중이 미성숙한 이의 글에 욕을 하기보다는 관심을 주지 않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기업 등 공적 기관에 있는 이들의 자세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임 교수는 “SNS 세대는 공정이란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KBS·LH 관련 글 작성자들은 이에 둔감한 것 같다”며 “막말의 정도가 지나치면 익명성을 없애는 등 규칙을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개개인의 시민 의식 강화가 우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