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결정 변수 '환율 급등·자본유출'…11월은 '연준 디펜던트'

금리로 잡을 게 늘었다…물가 외 ''환율·자본유출''까지
금리로 환율 잡히냐…"최선 다하지만 美 긴축에 달려"
통화정책방향에 국내 경기 ''둔화'' 문구 첫 등장
"경기 고통 유발해서라도 물가 잡아야 할 수도"
금통위원 이견…"다수가 ...
  • 등록 2022-10-12 오후 5:58:20

    수정 2022-10-12 오후 5:58:2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빅스텝’으로 인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환율 급등과 자본 유출 압력 확대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금리 결정의 요인이 ‘데이터 디펜던트’에 있다기 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디펜던트’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율을 잡기 위해 미국 금리가 올라간다고 기계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은 아니다”면서도 “금리 인상 기조가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켜 외환부문 안정에도 일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추가 빅스텝 여부도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등을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금리 결정 변수가 달라진 만큼 금통위 내부에서도 9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리자는 소수의견이 나왔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2%)을 밑돌 가능성이 있는 등 경기 둔화 속에서 물가를 넘어선 ‘환율 잡기용’ 빅스텝에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최종금리를 3.5% 수준으로 보고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경제 고통 감내한 금리 인상 필요 시사


한은은 12일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0%로 올렸다. 이날 금통위의 가장 큰 특징은 빅스텝 이유로 ‘환율과 자본유출’이 등장한 점과 ‘경기 고통을 감내한 수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점이다. 이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금통위원간 이견이 생기는 등 속내가 복잡해졌다.

이 총재는 “9월 들어 원화가 급격히 절하된 것이 빅스텝을 하게 된 요인 중 하나”라며 “환율이 오르면 첫번 째는 물가가 떨어지는 속도가 상당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 있고, 두 번째는 아직까진 일어나고 있지 않지만 외화유출, 마진콜이나 외화유동성 압박 등이 국내 금융시장에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환율 급등으로 물가 상방리스크가 커졌다고 언급했지만 8월 물가 전망(올해 5.2%, 내년 3.7%)을 바꾸진 않았다. 8월 전망이 ‘당분간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외칠 수 있었던 배경이었던 만큼 이날 빅스텝 결정의 가장 큰 이유는 ‘환율 급등, 자본유출’이다.

금리로 잡아야 할 것들이 물가에서 ‘환율 급등’ 등으로 확산되다보니 금통위원간 이견이 커졌다.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 중 주상영·신성환 위원은 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리자며 소수의견을 냈다. 금리로 환율 급등세를 막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전 세계 환율 변동성을 좌우하는 것은 강달러”라며 “저희가 어떤 조치를 하더라도 큰 흐름에서 미국 긴축 정책이 어느 속도로 갈지가 국제금융시장을 흔들 것”이라고 밝혔다.

가뜩이나 한켠에선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통위는 이달 통화정책방향 문구에서 처음으로 국내 경기와 관련 ‘둔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8월 전망했던 2.1%보다 하회해 잠재성장률(2%)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소수의견을 낸 금통위원들은 경기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가지 이유를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의견 등장에 한은이 앞으로 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데 있어 이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다수의 금통위원이 최종 금리를 3.5%로 보고 있지만 일부는 이보다 낮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과정에서 경기 희생도 감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두 달 전 같은 질문을 했다면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가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경기침체를 일으켜서 물가를 빨리 잡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을 텐데 지금은 중국 등 전 세계 경제둔화, 환율이나 산유국 원유 감산 등으로 물가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중립금리 수준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더 높은 수준으로 가야할 지 금통위 내부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종금리 3.5% 수준 전망은 이미 중립금리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연준 디펜던트…11월 FOMC가 먼저 있는 게 천만다행


11월 금통위 역시 연준 디펜던트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총재는 11월 추가 빅스텝 여부를 묻는 질문에 “어느 한 쪽으로 힌트를 드릴 수 없다”며 “금리 인상 기조는 가져가되 인상폭에 대해선 11월 FOMC 회의, 국제 에너지 가격 움직임 등 대외 여건 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11월엔 미 FOMC 회의가 1~2일(현지시간)에 있어 우리나라 금통위는 24일 열리기 때문에 미 FOMC 회의를 본 후 11월 빅스텝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은 연말까지 11월, 12월 두 차례의 금리 결정이 남은 반면 우리나라는 11월 한 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11월 빅스텝을 하지 않을 경우 연말 한미 금리 역전폭이 1.25%포인트나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본유출 등의 측면에서 부담스럽다는 평가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FOMC에서 연말 금리 수준이 4.4%(중간값)인데 한은이 11월 0.25%포인트만 금리를 올리면 연말 한미 금리는 1.25%포인트로 벌어질 것”이라며 “자본유출과 환율 측면에서 다시 부담스러운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 역시 “기계적으로 연준을 따라가진 않지만 과도하게 역전폭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1월에도 FOMC 결정 및 유가 등 대외 여건을 두고 추가 빅스텝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내년 1분기까지 3.75% 금리 전망을 유지하지만 대내외 경기 등을 고려하면 3.5%에 그칠 공산도 있다”고 설명했다. 11월 0.25%포인트 인상을 전망하는 곳도 있다. JP모건은 11월과 내년 1월, 2월에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려 최종금리가 3.75%가 될 것으로 예측했고 씨티는 11월과 내년 1월 각각 0.25%포인트씩 올려 최종금리 3.5%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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