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1만 800원 요구안과 경영계의 8720원 동결 요구안의 차이가 큰 만큼 실제 합의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결국 다음주 중 표결로 결정할 가능성이 커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을 공익위원들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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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800원vs8720원’…양보 없는 줄다리기 지속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했다. 최저임금 심의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 최임위에서 노사가 각각 제시하는 최초 요구안의 격차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앞서 지난달 24일 제5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 1만 800원을 제시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8720원)보다 23.9%(2080원) 인상된 금액이다. 반면 경영계는 지난달 29일 제6차 전원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와 똑같은 8720원을 제시하며 동결을 요구했다.
이날 회의 시작부터 노사 양측은 서로의 최초 요구안을 두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매년 반복되는 사용자위원들의 삭감안과 동결안에 그야말로 분노의 목소리가 높았음을 잊지 말길 바란다”며 “가구 생계비 기준으로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위원장은 이어 “코로나19 경제 불평등 및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돼 소득 증대와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는 것이 현재의 재난을 극복하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노동계의 23.9% 인상안에 대해 “이는 하루하루 삶의 터전에서 목숨을 내놓고 생활하는 소상공인과 영세기업에 절망에 가까운 무리한 요구”라며 “이들 기업의 임금지불 여력이 한계인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취약계층의 일자리는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이 근로자를 고용한 소상공인과 중소·영세기업에 공통적으로 가장 부담이 큰 것은 명확하다”며 “소상공인연합회 조사 결과 약 86%가 가장 큰 부담으로 인건비와 4대 보험료를 포함한 관리비용을 꼽았고, 대기업 프랜차이즈 불공정 8%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도 “분명한 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현 최저임금 수준도 너무나 버겁고 감당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저희는 ‘파부침주’ 각오로 동결을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파부침주(破釜沈舟)는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 앉힌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싸움터로 나가면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고 결전을 각오한다는 말이다.
노사 양측이 서로의 요구안에 대해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면서 공익위원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노사 위원의 의견 차이가 크면 9명씩 균형을 이루게 되고 남은 공익위원 9명이 중재하면서 표결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공익위원이 2주 남짓한 기간 동안 노사 요구안의 2000원 차이를 합의로 이끌어야 한다. 최저임금 심의는 고용부 장관이 내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하는 8월 5일을 고려하면 이달 중순까지 의결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공익위원이 노사 양측에 수정안 제시해도 노사 양측의 입장이 완고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공익위원은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해 그 안에서 요구안을 다시 내도록 한다. 만일 노사가 수정안 제시 이후에도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 최임위는 표결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사회적 합의 제도인 최저임금 결정은 근로자와 사업자 쌍방 참여와 협력을 통해 노사 공동 이익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며 “노사 모두 최저임금 수준이 상생의 결론으로 내려지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은 “우리는 최초 제시안에서 조금씩 더 상대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논의의 진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심의에 임하겠다. 노사 위원들 서로 입장 이해 열린 자세로 심의에 임해주길 부탁 드린다”고 강조했다.